“북한, 원전 건설 기술은 충분…자금 및 핵심 설비 반입이 걸림돌”

소식통 "영변‧분강 연구단지서 원자력공업 연구 지속해와...중앙당 직접 관리"
"경제난에 원전 개발 시도도 못해...전력난은 갈수록 악화"

영변 핵시설. /사진=연합

북한이 원자력 발전소 개발을 위한 충분한 기술을 확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걸림돌은 기술이 아닌 건설 자금과 핵심 설비 반입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원자력 발전을 위한 기술적 데이터는 축적되어 있다”면서 “(평안북도) 영변, 분강 연구단지에 원자력공업 과학연구기지가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원자력공업 과학연구기지는 행정적으로는 원자력공업성이 담당한다”면서 “그렇지만 중요한 일은 중앙당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여 소개했다.

이는 북한 당국의 주도하에 원자력 발전을 위한 기술도 충분히 확보했고, 연구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한 해킹 조직 김수키(Kimsuky)와 연계돼 있는 조직이 국내 원자력 발전 원천기술을 가진 국책연구기관을 해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심각한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기술 확보 차원에서 해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소식통의 전언으로 미뤄볼 때 이번 해킹 공격은 원전 기술을 확보하려는 차원보다는 자체 기술력을 제고 차원에서 시도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히려 북한 내부에서는 원자력 발전 기술보다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 확보와 설비를 반입하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소식통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며 “여기에 발전설비를 어떻게 어디서 들여올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는 수조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장기화에 따라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한 북한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북 제재로 건설 자재뿐만 아니라 원전 핵심 설비를 수입할 수 없는 상황까지 겹쳐 원전 개발이 여의치 않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당국이 전력난 타개를 위해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경제위기‧국제적 고립 속에서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인 셈이다.

그러는 사이 북한에 전력난이 더 심각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최근 전력 사정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한창 모내기 철 농촌에 하루 4시간 정도는 전기를 보내줬는데 올해는 점점 그 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그나마 좀 전기가 생산된다고 하면 수력이다”면서 “그런데 해마다 가물(가뭄)이 심하다 보니 수력발전마저도 여의치 않아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기다 노후화된 발전설비를 교체해 줘야 하는데 이것도 잘 안 된다”면서 “수력발전에 가장 중요한 절연물은 여기(북한)에서 만든 건 아예 쓰지 못할 정도이고 수입하자니 돈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화력발전소 역시 석탄이 충분히 보장된다고 해도 매일같이 고장 나 정상적인 전기 생산을 못 하는 것”이라면서 “풍력과 태양열 발전은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원전 계획이 지지부진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주민들도 원전이 전력난을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를 접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선전과 강연은 너무도 많이 진행돼왔다”면서 “예전에는 강연자도 그렇고 참가자들도 원자력 발전만이 전기를 풍족하게 쓸 방법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금은 원자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한다고 상상하는 것 자체가 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면서 “지금 영변에 있는 원자로도 전력생산을 위한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1987년 평안북도 영변에 소형 원자력 발전소를 완공했다. 그러나 이 원자력 발전소는 전력 생산보다는 플루토늄 추출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민들 역시 해당 발전소가 전력 생산을 가장한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곳으로 인식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