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표, 수표처럼 사용토록 발행”…간부들도 “그게 뭔데?”

발행 의도 이해 부족에 중앙당 및 은행 일꾼 대상 강습회 진행...소식통 "불신 해소 전략"

북한 돈표(2021년 발행).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최근 들어 북한 당국이 ‘돈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인식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지어 간부들도 돈표 발행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자 당국이 이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진행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여기서 돈표는 지난 9월 국내 언론사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났다. 당초 1970년대 말 발행한 ‘외화와 바꾼 돈표’와 비교되면서 외화 흡수 전략 아니냐는 관측도 일긴 했지만, 최근 들어 통화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임시 화폐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반 주민은 물론 간부들도 이 사실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이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심지어 믿지 못할 화폐라는 인식이 커져 상인들이 돈표 5000원권을 2500~3000원 정도로 취급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2일 데일리NK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16일 중앙당 간부에겐 강연회를, 조선중앙은행 일꾼, 국영상점 간부 등 돈표를 취급·관리하는 직원을 대상으로는 강습회를 각각 진행했다.

북한 당국은 이 자리에서 ‘돈표는 곧 수표’라며 이에 대한 설명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북한은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은행 위탁 형태의 유가 증권을 수표라는 이름으로 발행한 적이 없다. 수표와 비슷한 형태의 ‘행표’를 발행하기도 하지만 행표는 주로 기업소의 자재 대금 용도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물론이고 고위 간부들도 ‘돈표=수표’라는 의미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고, 강연회에서 이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이뤄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수표’는 ‘서명’으로, ‘수표하다’는 ‘서명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만큼 북한 주민들은 수표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강연자는 “수표는 말 그대로 수자(숫자)가 적힌 종이표인데, 세계적 금융시장에서는 화폐뿐만 아니라 수표도 돈으로 인정해준다”는 언급도 했다.

이는 북한 곳곳에서 돈표 사용을 꺼리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당국이 직접 나서서 돈표도 화폐와 똑같은 기능과 가치를 갖는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 당국은 조선중앙은행 일꾼들 및 돈표 유통과 관련된 직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습회에서 “돈표 발행은 세계적인 금융 추세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표가 경제적으로 발전된 국가들의 화폐 체계를 차용한 것임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 당국은 다른 국가들이 고액의 수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 김일성 얼굴이 삽입된 5000원권 이상의 고액권은 발행하기 힘들다는 북한식 유일영도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볼만한 대목이다.

북한 당국이 2021년 발행한 돈표 뒷면.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제공

한편 강연자는 “인민 대중이 문명한 금융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사상 교양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주민들 사이에서 퍼지는 돈표 사용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같은 날 돈표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돈표류통정상화 련합지휘부’를 조직했으며 산하에 각 지역 도(道)별로 구루빠(단속반)를 출범시켰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북한, 주민들 돈표꺼리자 검열단까지 조직인식 개선 꾀하기도)

당 간부 및 은행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강연·강습회에서 돈표 인식 개선을 위한 주민 사상 교육 방향이 강조된 만큼 앞으로 돈표 유통 정상화 구루빠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사상 학습 자료를 배포하거나 직접 강습회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