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연좌제’… “南 콘텐츠 유입·유포자 가족 정치범수용소行”

법 조항엔 없는 '관리소' 처벌-가족 동반 구금 강행...외부 정보 유통 차단 의지 드러내
"예전에 '시청' 발각됐다 재차 단속된 주민들, 수용소로 끌려가고 있어"

북한 18호 정치범수용소 광산구역 /사진=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의 피로 물든 석탄 수출’ 보고서 캡처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가운데, 이들 중 외부 미디어를 내부로 유입하거나 유포한 경우 사형하거나 가족과 함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근대적인 연좌제를 고집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반동적 사상문화의 비법(불법) 선전선동 수단이 되는 남조선 록화물(녹화물), 편집물(동영상), 선전물, 인쇄물, 기계(라디오), 도서 등을 국내(북한)로 류입(유입)한 사람은 사형에 처하게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가족 3대가 보위성 (산하)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다”고 전했다.

본지가 올해 초 입수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에도 “남조선(남한) 영화나 록화물, 편집물, 도서를 류입, 류포(유포)한 경우에는 정상에 따라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무기로동교화형’이라고 적시해 놓곤 실제로는 정치범수용소로 보내는 처벌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설명자료에 위법자의 가족을 함께 무기로동교화형에 처한다는 내용도 없다. 북한 당국이 자의적으로 주민들을 구금‧처벌하고 있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또한 여전히 북한 내에서 연좌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읽혀진다.

소식통은 “유입된 남조선의 록화물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한 사람 역시 사형에 처하게 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동거 가족과 함께 안전성 (산하) 관리소에 수감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북한의 관리소는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이 각각 따로 관리하고 있다. 국가보위성 산하 관리소에 구금될 경우 석방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사회안전성 산하의 관리소에서는 모범 수형자로 판단되면 구금이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 당국이 외부 미디어를 내부로 유입한 사람의 죄를 유포보다 더 무겁게 생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입·유포 원점을 철저히 제거해 외부 정보 유통을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 반동문화배격법 상 처벌 조항과 실제 처벌 비교. / 사진=데일리NK

또한, 북한은 남한 관련 콘텐츠를 보관·시청한 사람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모든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자가 관리소로 가는 것은 아니다”면서 “상황의 경중에 따라 다른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남조선 록화물 등을 보관한 사람은 보관 기일과 관계없이 시청한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본인은 무기로동교화형에 처하고 동거 가족은 어렵고 힘든 곳으로 추방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조선 영상물 등을 시청한 경우에는 건수, 종목 등에 따라 처벌이 정해진다”면서 “최대 본인은 무기로동교화형, 동거 가족은 추방형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등을 직접 보고 듣거나 보관한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해진다. 미국 일본 등 적대국의 미디어를 시청, 열람하도록 조장하는 경우에는 정상에 따라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선고된다.

그러나 설명자료에는 범죄자의 가족을 추방한다는 내용이 없다. 북한 형법상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 북한의 형법은 형벌의 종류를 ▲사형 ▲무기로동교화형 ▲유기로동교화형 ▲로동단련형 ▲선거권박탈형 ▲재산몰수형 ▲자격박탈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가족을 정치범수용소로 보낸 것과 마찬가지로 자의적인 법 집행, 연좌제의 실체가 재차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걸렸다가 법 제정 이후인 이번에 다시 한국 영상물을 보관·시청하다 단속될 경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관리소 혁명화 구역으로 보내진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재범을 가차없이 처벌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그밖에 (외부 미디어 유입, 유포, 시청, 보관을) 방조한 자는 로동교화형 7~10년에 처한다”면서 ”방조 행위 3범자들부터는 관리소 혁명화 구역으로 보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일본 등 주적대국의 록화물도 마찬가지로 시청‧유포할 경우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10년 로동교화형을 받는다”며 “그러나 이 중에서도 재범자들은 관리소 혁명화 구역으로 보내진다”고 덧붙였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는 미국, 일본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해당 국가의 문화 등이 반영된 미디어의 유입, 유포할 경우 최소 로동교화형 10년, 최대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단속하기 위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당히 많은 주민이 체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이 부족하자 정치범수용소를 확충하고 있다. 실제 본지 취재 결과, 최근 몇 개월 사이 황북 승호리‧평산군에 새로운 정치범수용소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