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위해 남북공동 방역 제안한다

북상협동농장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발생한 자강도 북상협동농장 위치(빨간색 원). /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북한이 압록강과 인접한 자강도 우시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사실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보고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우리 정부는 ASF가 자강도 이남 지역인 평안도 등으로 확산 중이라는 첩보를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금은 한반도 축산 안보 비상상황이다.

ASF 발병을 공식화하면서 북한은 아시아에서 중국-몽골-베트남-캄보디아 다음으로 5번째  발병국이 됐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이 전염병은 아시아에서는 2018년 중국에서 처음 발병했다. 이후 몽골·베트남·캄보디아·홍콩 등으로 퍼져갔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심각한 후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비루스가 사람에게는 별로 위험하지 않지만 그의 전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매우 크다’면서도 ASF 발병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질병 정보를 알리는 데 그쳤다.  

신문은 다음달 5일에도 수의방역 전문가와의의 인터뷰를 통해 ASF 방역에 전체 인민이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발병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국제기구에는 방역 지원을 요구하기 위해 발병 사실을 보고하고 주민들에게는 숨기는 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일지. / 그래픽=김성일 데일리NK 기자

◆본지 ASF 발병 및 확산 사실 지속적으로 경고

이러한 사실은 북한의 전역에 ASF가 이미 만연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데일리NK는 이미 4월 23일, 5월 25일, 5월 30일에 각각 평양 외곽지역,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 평안도와 함경도에서 ASF 발병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중국과 공식 비공식적 교류가 활발한 북한의 현실과 현지 통신원들이 알려온 소식을 종합해 북한지역에서 ASF발병이 확실시 되며 확산일로에 있다고 경고해왔다.

중국에서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재까지 100여만 마리의 돼지를 도살했으며 첫 발병 후 2개월 사이에 약 10만 마리의 돼지(2000만 달러 손실)를 처분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눈물, 침, 분변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된다. 불법축산물과 잔반 유입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잠복 기간은 약 4∼19일이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40.5~42℃), 식욕부진, 기립불능, 구토, 피부 출혈 증상을 보이다가 보통 10일 이내에 폐사한다.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되며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기 때문에, 한번 발생할 경우 양돈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다.

ASF는 현재까지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지난해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그동안 백신에 대한 연구도 미흡한 상황이다. 미국, 스페인, 러시아 등에서도 관련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바이러스 유전자 구조가 복잡해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최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돼 지난해에만 중국 112건, 몽골 11건, 베트남 211건, 캄보디아 1건 등 아시아에서만 335건이 발생되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강하나 사이에 두고 접경해 있다. 이번에 발병이 확인된 자강도 우시군지역도 접경지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법 휴대 축산물로 인해 ASF가  발생할 우려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등을 다녀온 여행객이 가져온 돼지고기 가공품(소시지와 햄버거)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바이러스 유전자가 14건이 검출된 바 있다.

3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한 돼지농가 앞에서 인천보건환경연구원 강화방역지원과 소속 방역차량이 북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남북 공동방역 등 적극적인 대책 수립 검토할 때

현재 북한지역에 발병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보유한 야생동물(멧돼지, 조류 등)이 임진강 하류나 한강 하구 쪽을 통해 우리나라로 내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우리 정부가 남북 접경지역을 ‘특별관리구역’으로 정하고 소독작업, 돼지 채혈 검사, 국경 검역 강화 등의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발병을 통제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지금 정부 차원에서는 바이러스 유입을 앉아서 보고만 있지 말고 북한과의 공동방역, 공동검역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도 이 상황을 방치하거나 군중동원식으로만 대처해서는 피해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 내에서 1차 저지선을 마련한다면 남한 유입 가능성은 크게 줄일 수 있다.

지금 북한의 검역, 방역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지만 허점이 너무 많다. 방역 재원, 설비, 기술, 약품 등의 부족으로 질병 차단이 효과적으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지난 기간 북한지역 전염병 방역의 관행으로 보아 살처분은 최소화 될 것이고, 감염된 돼지고기도 100℃에서 익혀 급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은 개별 농가에서 한 두마리를 사육하는 환경이라 집체적인 관리가 어렵다. 이러한 개인 부업 축산과 사료 부족에 따른 잔반 사육, 소독 약품 부족, 도살 의지 미약 같은 요소는 북한 내에서 ASF가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긴급하게 국제수역기구와의 협력 등을 통해 북한과 공동 검역사업을 추진하고, 발병지역을 차단하면서 축산농장들에 대한 소독과 방역 작업을 우선 실시해야 한다. 또한 북한 전역에서 축산물 공급과 이동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검증된 사료를 공급해야 한다.

우리 정부만큼이나 북한 당국의 피해 최소화와 질병 확산 방지 의지가 중요하다. 주민들에게 정확한 피해 사실을 알리고 효율적인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군중동원 방식으론  한계가 있다. 한국 정부에 협력을 요청하는 현명한 태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