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노동당, 축산업 발전 책임 지방에 떠넘기지 말아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운곡지구종합목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해 8월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달 2일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축산업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자’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노동신문이 축산발전 문제를 사설로 강조한 것은 사실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사설에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축산업발전의 4대고리를 틀어쥐고 축산기지들을 현대화, 활성화하고, 협동농장들의 공동축산과 개인부업 축산을 장려하여 인민들에게 더 많은 고기와 알이 차례지게 하자고 주문하였다.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말이다. 축산을 발전시켜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양질의 단백질 공급을 원만하게 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축산업을 현대화하고 활성화 할 구체적인 방도와 자금 대책은 발견되지 않는다.   

북한의 정책 추진 여건이나 재정 여건상 당연히 국가적 차원에서 축산업에 대한 투자와 대책이 이뤄줘야 한다. 그런데 사설은 지방당 조직에 그 책임을 떠넘겼다. 신문은 “시, 군당위원장들은 축산을 잘하여 시, 군 안의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풀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분발해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도 공짜 점심이 없는데 나라일에 공짜가 있을 수 없다. 정책과 자금을 투자하지 않으면서 축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다. 북한 축산업의 실체적 난제 중 하나는 토지 소유와 사용에서 자율성이 없다는 점이다. 협동단체가 형식적으로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당이나 정권기관 간부들을 먹여 살리는 데 활용된다.

협동농장들이 돈을 들여 토지에 축사를 짓고 녹지를 조성해 닭, 돼지, 염소 같은 가축을 키워내면 당장 간부들이 먹자고 달려드는 데 견딜 방법이 없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계획 통제구조에서 개인이나 협동농장이 노력하여 농축산물 생산을 증가시켜 저축하고 부자가 된다는 것은 간부들의 눈밖에 나는 일이나 마찬가지여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로 경영상 자율성의 부재이다. 지역개발을 위한 어떤 개인적인 행동도 용납되지 않았으며 정부가 나서서 계획을 세우고, 결정하고, 승인해야만 가능하다. 개인의 자주성이나 창조성은 이 과정에서 하늘로 증발해 버린다. 과제를 받고 시행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지역개발은 지역경제의 성장이 아니라 전국적인 관료정치의 한 부문으로 운영되고 있다.

셋째로 중앙집권적인 경제구조이다. 독재국가에서 흔히 그러는 것처럼 중앙정부의 행정기구는 말단에 이르기까지 정규화 되어있으며, 행정 책임자를 노동당이 임명한다. 지방간부들은 중앙의 방침에는 무기력하지만 주민들 위에는 군림하는 성격을 가진다.  

‘가족주의’나  ‘지방할거주의’를 용납하지 않는 노동당 간부 선발 원칙에 따라 절대로 그 지방 출신은 지방당·행정 책임자에 임명될 수 없다. 중앙정부의 의도에 따라 수시로 교체되기 때문에 뭔가 진취적인 목표를 가지고 성과를 낼 때까지 기다리기 어렵다.  

지방당 간부들은 임기에 제한이 있고, 지방정부 관료들은 지위가 낮다. 실질적 권한도 제한돼 있어  지속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 정부는 계획 달성을 강조하고, 지역 당 및 행정간부들은 지역 주민을 먹이로 삼기위해 존재하지 주민들에게 고기를 더 먹여야겠다는 서비스 정신은 가지고 있지 않다.

축산은 북한 농업 발전에 핵심 분야다. 농업과 산림, 주민 건강을 위해서도 정책 우선 순위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축산업 발전에 진정성이 있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지방 축산업에 간부들의 세도가 미치지 못하도록 막고, 이러한 행위가 발견되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리고 협동단체의 가축 사육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개인이 기르는 축산물은 경영이나 판매를 허락하고, 대형 농장 운영도 보장해야 한다. 북한 아파트가 계속 올라가는 것은 돈주들이 아파트로 돈을 벌도록 놔두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촌을 개방하고 투자(자본, 기술 등)를 받아야 한다. 농촌을 개방하고 농민이 자유롭게 외국 종자와 기술, 사료를 받아들이면 군 단위에서 대규모 가축 농장주도 금세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농장주의 출현은 북한 축산업의 단비가 될 것이다. 국가는 질병 예방에 만전을 기하면 된다.

성과는 주문하면 저절로 나오는‘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조건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제 더는 농민들과 지방에 모든 책임을 떠 넘기지 많고 중앙이 먼저 나서고 정책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실패의 쓴 맛이 아닌, 성과의 단맛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