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국가 채무 면제”…변화 이끌 ‘혁명적 중대조치’인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각지 농촌들에서 한겨울의 추위를 몰아내며 다수확 운동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재령군 삼지강협동농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2022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21세기도 이제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오늘날 북한 주민들은 집단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당분간은 이 같은 경향이 더 심해질 것 같다. 특히 북한 경제가 성장의 단맛을 볼 때가 올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작년 12월 말 노동당 지도부가 전국 핵심 세력을 모아 놓고 진행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4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북한 주민들이 겪는 오늘의 고난은 권력 유지를 위해 그 어떤 행위도 서슴없이 하는 위정자들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세상은 바뀌는데, 변화는 애써 외면한다. 이에 따라 또다시 경제난이 닥쳤고, 이는 스스로 ‘고난의 행군’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에 이른다. 그런데도 고인물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원회의 결론을 두고 북한 매체들이 입을 모아 획기적인 변화를 떠들었지만 필자의 눈엔 잘 보이지 않는다. 눈을 씻고 살펴보아도 60년 전(前) 김일성이 제시한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 ‘주체농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즉 농업 부문 정책은 여전히 ‘주체농법’에서 제시하고 있던 ‘수리화, 기계화, 화학화, 전기화’이다.

이 정책의 관철을 위한 방도도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가. 그 옛날 옛적 구호인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의 구현을 내건 것이다. 김정은도 “온 나라 농촌의 ‘주체사상화’”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점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협동농장들이 국가로부터 대부를 받고 상환하지 못한 자금을 모두 면제할 데 대한 특혜조치” 역시 1960년대 김일성이 당시 협동농장들이 국가에 지고 있던 빚을 탕감해준 것과 동일한 조치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자율성이 결여된 제도로 협동농장들이 국가로부터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즉 북한의 협동농장은 영농물자에 대한 국가 의존도가 매우 높고, 수매는 국정가격(쌀 1kg당 46원, 시장가격은 4,600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가 채무’는 많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시 말해 구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향후 부채 문제는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자율적 농촌발전의 실현도 요원해질 것이다. 이에 이번 조치는 농장과 농민의 경제 형편을 개선보다는 불만을 해소하고, 수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을 얻으려는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노동신문은 6일 “우리 당은 인민의 더 큰 행복을 위해 무거운 짐을 또다시 스스로 떠멨다”면서 “드넓은 이 행성의 그 어느 하늘 아래서도 들어볼 수 없는 인민 사랑의 서사시”라고 선전·선동하기도 했다.

변화의 시대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지도 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가와 국민이 번영의 길로 갈 수 있다. 현재 북한 지도부는 세습으로 물려받은 권력 유산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희망은 없는 것일까. 북한의 엘리트들과 국민이 자신이 가진 한계와 능력을 잘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고, 성장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