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全인민 살려낸 ‘시장’…그걸 억누르겠다는 김정은

북한 평양의 통일거리 시장 입구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노동당 제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 이후 지방의 당·행정기관들에 경제 부문에서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모든 것과 결별하기 위한 혁신을 단행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지방 당에서 진행된 각급 당 비서 강습에서 “주민들을 각성, 분발시키는 사상 사업에 주력하면서 개인주의에 대한 집단주의의 우월성을 높이 발양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국가제도를 공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더욱 공세적으로 실속 있게 전개해나가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사회주의 고수가 혁신”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연자가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대량 아사 시기) 이후 구축된 시장 질서를 “임시적이며 과도적인 체계와 질서”라고 하면서 “오늘의 요구에 맞게 계획경제의 발전을 구속하는 낡은 사업체계와 비효율적인 사업방식, 장애물을 단호히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강습을 마치고 나오는 대다수 당·행정 관료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일부는 가족들에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노동당이 발표하는 최근 정책들이 인민을 굶겨 죽이려는 정책이라는 불만이 팽배하고 민심도 흉흉하다고 한다.

이는 주민들이 경제난에서 벗어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시장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즉 2000년대 이후의 시장 경제질서가 마치도 낡고 진부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현장에서 체험한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시장은 북한 주민들의 생존의 수호자이고, 삶의 질 개선의 은인이며 하늘이 준 기회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찰해 볼 때 더 놀라운 점은 시장이 공식화된 2000년대 이후 20여 년간 북한 사회에서 경제적 손실을 입은 계층이 극히 드물었다(2009년 노동당이 실시한 무식한 화폐개혁은 제외)는 점이다.

특히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도 주민들의 생활 안정, 삶의 질 개선을 시장이 이뤄냈다. 이러한 변화는 “패자 없는 변화(Change Without loser)”라고 평가할 수 있다. 주민들은 자율 가격의 도입에 따른 지역 상품(식품, 농산물 등) 가격의 개선, 개인소상품 생산량 증가, 상품 유통 등으로 이익을 얻었다.

이는 주민들이 새로운 경제적 틈새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경제적 지위도 시장제도에 의해 보호받았기 때문이었다. 시장의 이익이 광범위하게 향유되었다는 점, 그리고 시장화로 명백히 손해를 본 사회적 집단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은 각종 방해와 시련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당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혁신을 생각한다면,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하며, 변화를 위해서는 ‘회의 정치’만 고집하지 말고, 협력을 위한 실천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