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말하는 ‘자력갱생’의 허구성

8일 노동신문은 “공동구호관철을 위한 투쟁에서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사설은 “자력갱생의 력사를 끝없이 빛내이고 전체 인민의 애국적열의와 백절불굴의 투쟁정신을 남김없이 발양시켜 오늘의 총돌격전에서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결심과 의지가 맥박치고있다”면서 자력갱생의 역사를 자랑했다.

그러나 노동신문의 사설처럼 자력갱생은 승승장구해 온 것이 아니라 북한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갔다.

[요약]

– 어렵고 방대한 과업이 나설수록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 높이 추켜들고 억세게 전진해나가는것은 우리 인민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다.

– 우리 혁명의 대고조의 력사는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의 위력으로 세기적인 기적을 창조해온 력사이다.

– 자력갱생,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은 조직정치사업을 잘 짜고들어야 대중적으로,집단적으로 높이 발양될수 있다.

[해설]

지금 북한에 ‘글로벌 경쟁’이라는 표현은 차치하고라도 중국, 베트남 마저 개방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국이 북한 경제만큼 발전하지 못해서 다른 나라의 선진기술을 도입하려 하겠는가.

그런데 아직까지도 북한은 국가의 문호를 열지 못하고 아이들의 소꿉장난 치듯 마당가에서 뱅뱅 돌며 자력갱생을 운운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들이 어떻게 가치 있는 기술혁신을 달성 할 수 있겠는가?

현실이 이러한데도 기술적 데이터만 만들어 성공한 것처럼 보도하는 뻥튀기 선전 수법을 계속하고 있다. 당 간부들은 이런 데이터를 김일성, 김정일의 성과로 극대화시켜 놓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더욱 골칫거리다. 게다가 주민들이 외부 세계의 실정을 알게 될 듯한 기미가 보이면 과학기술 도입마저 철저히 막아버린다.

수령이 만들어준 공장, 허물어선 안돼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평안남도 덕천시에는 북한에서 ‘외아들 공장’이라고 하는 <승리자동차 종합공장>이 있다. 2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특급기업소다. 1970년대 초 승리자동차공장은 연간 3천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노동자들은 승리 자동차 종합공장을 ‘현대식 대장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현대식 대장간’이란 말이 나온 것은 <승리자동차 종합공장>의 기술과 설비의 낙후성으로 인해 선진기술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더이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때쯤이다. 이 시기 독일의 <벤츠>와 합영기업을 만들려고 했다. 이를 위해 <벤츠>의 독일인 기술자들이 승리자동차공장을 시찰했다.

그들의 결론은 파격적이였다. <승리자동차 종합공장>을 세계적 수준에 맞게 운영하자면 현재 있는 공장의 모든 설비를 모두 용광로에 쓸어 넣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현 상태의 승리 자동차공장은 ‘현대식 대장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당일꾼들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김일성이 세워주신 공장인데 모든 설비를 용광로에 처넣으면서까지 합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산은 못해도 좋다”고 버텼다. 충실성을 과시하려고 그런 것이다. 결국 합영회사는 무산됐다.

잘된 건 수령탓, 못된 건 인민 탓

남한에서 양식있는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제가 피폐해진 원인은 우상화 정치논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본질을 정확히 보았다고 생각한다.

북한 김정일 정권은 자력갱생을 운운하며 효율성이 없는 공장을 잔뜩 건설해 놓았다. 그리고 인민들에게는 모든 것을 자신의 성과로 자랑하면서 남한을 비롯한 다른 나라한테 으스대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그 속에서 녹아 나는 것은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다. 경제적 효용도 없는 공장을 하루 종일 돌려야 한다. 자력갱생이라는 이유, 수령이 만들어줬다는 이유로.

사정이 이러하니 기술성과가 나올 리 없다. 성과가 미진한 기술분야의 책임은 과학자, 기술자들에게 덮어씌운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가 발전할 리 만무하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 출신, 2000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