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386’ 세대가 있을까?

▲ 북한의 ‘386’세대인 권호웅(좌)과 김만길

지난 5월 개최된 남북 차관급회담의 북측 대표는 김만길.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은 1959년생으로 올해 46살이다.

차관급회담에서 결정된 ‘6.15 통일대축전 참가’를 협의하기 위한 실무회의에 파견된 북측 대표단은 전종수를 단장으로 하고 정금철과 김성혜가 따라왔다. 모두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나이다.

북한의 대남사업 일꾼들이 이렇게 모두 30~40대로 교체되면서 ‘북한의 386’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북한에도 ‘386세대’가 존재할까?

부부장, 과장급의 실세 자리에 위치

남한의 386세대는 현재 나이 30대로,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 태생의 사람들을 말한다. 이제는 그들이 40대가 되면서 ‘486세대’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대학생들이 대체로 나이가 많다. 특히 남자들이 그렇다. 중학교 졸업 후 대부분 군대에 가고, 제대 후 대학에 가기 때문이다.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10대 후반의 ‘미소년’에서 30대 중반의 ‘아버지 뻘되는 형님’까지 한 강의실에 섞여 수업을 듣는 곳이 북한의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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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대학가는 방법 – 직통생, 직발생, 의탁생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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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북한의 世代] 북한의 20대는 ‘L세대’

따라서 ‘몇 년도에 대학을 다녔느냐’로 북한의 세대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출생연도로 보자면 북한의 386은 ‘혁명의 4세대’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지금 그 ‘4세대’들이 북한사회의 기본주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중앙당에서는 ‘실세’인 부부장, 과장급, 중앙기관에는 기본 실무를 담당하는 국장, 부국장급 간부를 맡고 있다. 도(道)와 지방기관에서는 당비서, 지배인까지 차지한 사람들이 많다. 대개 김일성대학 졸업생, 청년동맹 출신 간부들로, 당과 정권기관에서 이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남한 386 = 북한 4세대

북한에서는 세대를 ‘혁명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 등 연령별로 구분한다.

1세대는 항일빨치산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고, 2세대는 6.25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3세대는 전후 복구와 천리마 건설에 참가한 사람들이고, 196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4세대라고 부른다.

소련 사회주의가 무너지자 김정일은 “미국이 우리나라의 1세대와 2세대를 가장 무서워한다. 소련은 3세대가 말아먹었다. 미국이 앞으로 3세대와 4세대를 노릴 것이니 교양사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남한 ‘386 세대’

북한 ‘4세대’

경제성장기 출생

사회주의 안정기 출생

반공교육

우상화교육

사회진출 시기 경기호황

사회진출 시기 경제몰락 시작

단위책임자 시기 경기불황

단위책임자 시기 식량난 최고조

반미의식, 평균주의적 사고

개혁개방에 관심, 이기주의

4세대는 김부자에 대한 우상화 교육을 가장 엄격히 받아온 세대이고, 북한사회가 비교적 풍족하고 사회주의적 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가던 때에 태어난 세대라 국가로부터 ‘배려’를 많이 받으며 자라났다. 무상치료,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았고, 김부자 생일 때마다 ‘선물’도 제일 많이 받았다. 북한정권도 세대교체를 예견해 품을 들여 키운 세대다.

‘3세대’들은 바보?

남한의 386은 데모 때문에 휴강이 많아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대학에서도 대강 졸업시켜주었던 세대다.
북한에도 이런 세대가 있다. 바로 북한의 ‘3세대’들이다.

이들이 대학에 입학한 때는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인데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때문에 대학생을 전원 군대에 징집해 갔다. 그래서 1970년대 북한의 대학은 텅텅 비어있다시피 했다.

이들이 10여 년의 군사복무를 마치고 복학(復學)을 한 것은 1980년대 중반. 30대 초중반의 나이에 다시 공부를 하려니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성적이 형편없었지만 나이가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이들을 대강 졸업시켜줬다.

이들이 현재 북한의 주요부서 국장급인데, 전문지식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1, 2세대의 바통을 바로 4세대가 이어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1, 2세대들이 김일성을 곁에서 바라보며 ‘마음으로부터의 충성심’을 가졌던 세대인 반면, 4세대는 책으로만 ‘위대성’을 배운 탓에 ‘강요된 충성심’을 가진 세대이다. 따라서 외부세계를 알게 되면 이전 세대보다 쉽게 생각이 바뀌는 특징을 갖고 있다.

김정일이 준 ‘선물’이 공짜이니까 옥수수과자를 받고도 눈물을 흘렸지만, 옥수수과자보다 ‘자본주의 밀가루과자’가 더 맛있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가난하게 만든 김정일을 탓하는 세대가 북한의 ‘4세대’이다

돈과 권력을 최고로 여겨

1980~90년대에 대학을 다닌 4세대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세계적인 안목을 갖고 있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는 엘리트층이다. 개혁개방에 대한 관심이 많고, 자유사회에 대한 동경심도 강하다.

4세대들은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던 1990년대 중반에 식량난을 겪었다.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막 생겨났던 시점인데, 이전 세대에 비해 고리타분하지 않아 사회주의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식량난을 이겨냈다.

식량난을 겪으면서 이들은 ‘돈과 권력이 최고’라는 사고관을 갖게 되었다. 또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제는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갖고 있을 나이인데 자식들에게도 그러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입당, 군대, 대학’이라는 북한사회 출세의 3요소를 갖춰주기 위해 여기저기 줄을 대고 있는 중이다.

김정일의 걱정대로 북한의 4세대가 문제긴 문제다. 이들의 움직임이 북한사회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북한 386’이 중앙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북한에서 중앙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첫째 토대(출신성분)가 좋아야 한다. 그밖의 자격으로는 ▲김일성종합대학 졸업(주로 경제학부, 철학부) ▲3대혁명소조경력(현재는 현장근무 3년 이상) ▲군복무 경력(돌격대, 보위부, 안전부 포함) ▲노동당원의 표징이 있어야 한다.

군대에서 13년, 대학 5년을 마치면 보통 35세 정도 되기 때문에 부모들이 노력(?)하여 군대에서 2~3년 복무한 후 입당시키고, 김일성종합대학으로 옮겨서 졸업시킨다. 이렇게 하면 20대 중반의 나이에 간부로서의 자격이 생긴다.

북한의 인사선발은 중앙당 간부부(幹部部)에서 한다. 대학 졸업생 가운데 추천되어 올라온 사람들의 경력과 토대(출신성분)를 보고 소정의 경력을 다 마쳤을 경우 최종적으로 중앙당 비서처에서 심의 결정한다.

부모 때문에 역차별?

중앙당에 부모가 있는 경우에는 중앙당에 배치되지 못한다. 가족끼리 서로 돌봐주면서 ‘가족주의(家族主義)’를 할까봐 그렇다. 그래서 동격의 중앙기관이나 도당(道黨)으로 배치한다.

김정일이 직접 지시하여 지방에 있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간부로 기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비전향장기수 이인모의 딸은 지방에 있다가 이인모가 평양에 들어오자 평양으로 올라왔다. 사위는 소학교 교원을 하다가 중앙당 과장으로 등용되었다.

DailyNK 기획취재팀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한영진 기자 (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