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운전時 준수 新규칙’ 하달…총참모부 군관 사망과 연관?

총참모부 작전국에서 군에 하달한 새로운 규칙.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제공

최근 북한군에서 운전병들이 차를 몰 때 지켜야 할 규칙을 담은 새로운 규칙을 배포했다고 소식통이 22일 전했다. 오는 12월 동기훈련을 앞두고 군 간부 전용차 및 대기차 운전수를 비롯한 전체 운전병들의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함경남도 군 내부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지난 10일 총참모부 작전국에서 인민군 부대에 자동차 운전 때 지켜야 할 규칙을 내려보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실제 본보가 입수한 규칙에는 “운전수들이 차를 운전할 때 증명문건과 통행표식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운전수는 운전면허급수에 해당한 차를 몰아야 한다”는 등의 수칙이 간단명료하게 서술됐고, 운전해선 안 되는 차의 종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아울러 규칙에는 “운전수는 운행할 때 안전하게 차를 운전하여야 한다”면서 ▲차에 대한 감시를 잘할 것 ▲앞뒤를 살필 것 ▲담배를 피우거나 잡담하지 말 것 ▲음식을 먹지 말 것 등 세세한 규칙들이 열거됐다.

이 같은 내용의 규칙은 부대 참모부 일꾼들과 자동차부 참모들에게 전달됐으며, 이들은 현재 이 규칙을 가지고 승용차관리소와 운수대대 및 중대에서 학습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군에서는 각 부대별로 운전규칙 위반으로 일어난 사건사고들을 결부시켜 학습하도록 하고, 운전병들이 학습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모두 외우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군 내부에서는 이달 초 평양시 서성구역 석봉동에서 발생한 차 사고로 인해 이번 자료가 내려졌다는 이야기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최근 한 운전병이 몰던 차에 군관이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직접적인 배경이 돼 전체 운전병들의 경각심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는 소문이 군 내부서 돌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이 전한 석봉동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2일 대기차 운전병인 30대 양모 씨(소위)는 인민무력성 간부의 아내를 태우고 통일거리와 광복거리 등 평양 시내에 있는 백화점을 돌며 물건 사는 것을 도왔다.

양 씨는 일을 마친 후에 이 간부의 집에서 술을 마셨고, 밤 10시경 동대원구역에 있는 자택으로 귀가하기 위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양 씨는 담배를 피우며 운전하던 중 인민무력성 후문 쪽 앞 도로에서 인민무력성 청사 경무부 소속 경무관의 단속에 걸렸으나, 이에 불응하고 차를 전속력으로 몰다 급커브길에서 인도로 걸어가던 박모 씨(45)를 들이받고 말았다.

평양시 서성구역 석봉동은 인민무력성과 총참모부, 총정치국 등 군 조직에서 복무하는 군관들의 거주 중심지로, 이번 사건의 피해자 박 씨 역시 총참모부 직속 군관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박 씨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가해자인 양 씨는 결국 붙잡혀 군수사 기관에 넘겨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망한 박 씨의 가족들은 현재 예심 절차를 밟고 있는 양 씨에 대해 “출당, 철직, 생활제대는 물론 사형시켜야 한다. 사람을 죽였으면 제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르는 게 맞지않냐”면서 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군 운전수들 사이에서는 “군에서 군 간부나 가족들의 심부름을 90% 이상 해야 하는 것이 간부차 운전수들인데, 간부집에서 사적인 일을 시키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간부집에서 술을 준 것 역시 잘못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양 씨와 같은 처지의 군 운전수들은 “간부 집에 잘 보여야 나중에 입당도 하고 학교도 가는데 어떻게 시키는 심부름을 거역할 수가 있겠냐”면서 “현실이 이런데 규정만 지키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 (규정을 지키는) 형식만 갖추고 그냥 원래대로 사는 게 현명한 처사”라며 씁쓸함을 내비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