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비리, 이미 김정일 손도 떠났다”

지난 10월 27일 미 하원에서 주유엔 북한대표부 한성렬 차석대사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김정일을 타도해야 한다’며 언쟁을 벌인 탈북자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국장은 24일 “경제난으로 인한 북한의 심각한 군내부 비리는 이미 김정일의 손도 떠났다”고 주장했다.

인민군 대위 출신인 김씨는 오는 12월 8일부터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용 자료집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볼 때, 김정일이 각급부대를 시찰하며 군기확립을 강조하고 있지만 군대 내 비리는 이미 심각해진 상태이며, 김정일의 손을 떠났다”고 언급했다.

김씨에 따르면 “군대제일주의로 인해 주민들은 군인의 약탈대상으로 전락했고 군 내부는 구타, 약탈, 탈영, 자살, 술풍 등으로 심각한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 따라서 김씨는 김정일의 ‘선군’은 이미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현재 북한군은 불확실한 지휘체계, 인민과 군의 괴리. 부패와 비리 만연, 훈련기피 현상 등 온갖 부조리가 팽배해 있다”며 “이제 조선인민군의 미래는 없다”고 언급했다.

김씨는 또 “군 내부에서 반김정일 기미 등으로 인해, 북한당국이 청년들을 군대가 아닌 산업현장으로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북한인권국제대회’ 자료집에 수록될 김씨의 ‘북한군의 어제와 오늘, 미래’ 기고문을 문답식으로 정리한 내용.

문 : 9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경제난으로 심각한 인구감소를 겪었다. 인민군내 변동은 없는가?

답 : 실제 인민군 병력이 118만 명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중대 인원 120명 기준으로 일반 보병 부대에는 최소 10명, 최고 30명의 인원이 비어 있다. 영양실조로 인한 감소, 감정제대로 유명무실의 존재들이 빠져있다.

문 : 북한군의 물자보급상태는?

답 : 전반적으로 군수물자가 부족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쌀, 피복 등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으며, 기초적인 물품, 즉 비누, 칫솔, 치약 같은 것은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 특히, 사관과 장교들의 빼돌리기 현상이 만연되어 있어 더욱 어렵다.

문 : 의약품, 연료 등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답 : 지휘관들은 방독면과 의약품이 보급되지 않아 오염지역에 노출되었을 경우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군의소에 예방주사가 확보되지 않아 전염병이 돌 경우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휘발유가 공급되지 않아 장교들의 경우에도 암시장에서 직접 사서 자동차를 이용해야 할 만큼 연료부족이 심각하고, 영양실조 등으로 인한 훈련부족으로 운전사들의 운전능력도 떨어지는 형편이다.

문 : 군대의 부식은 어떻게 해결하나?

답 : 군내 부식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봄에는 밭을 일구고 여름엔 ‘적'(타 부대)으로부터 곡식을 지키는 것이 주된 임무가 된다. 또한 연료(탄)부족으로 나무가 주된 연료원이어서 나무가 많은 산을 배정받기 위해 상급에 뇌물을 받히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문 : 고참들과 신임장교들과의 불화가 심한가?

답 : 남한보다 훨씬 심각하다. 복무기간도 길고 희망도 잃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어린 장교들의 지휘는 애들 장난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제대준비를 위해 부하들의 보급품을 챙기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문 : 북한군에도 휴가가 있나?

답 : 군대 복무 10여년 동안 휴가가 없다고 하면 믿지 않겠지만 특별한 경우(초소근무 중 특별한 공적을 세월을 경우, 화재나 재해 시 목숨을 걸고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보호했을 경우 등)를 제외하고는 없다.

문 : 언론에서 보도되는 사진을 보면 열차에 군인들이 많이 있다

답 : 간부집 자식들이거나 각종질병으로 집으로 가는 자들, 출장형식으로 물자구입을 하는 군인들이다. 쌀과 피복, 총과 탄알은 간신히 보급되지만 다른 것들은 보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80년대 중반부터 휴가라는 말 대신 ‘물자구입’으로 대체되고 있다.

문 : 북한군 내에도 매춘이 있나?

답 : 북한정부에서는 인신매매와 매춘을 부정하지만 군 주변을 중심으로 매춘이 성행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매매춘 행위를 두고 ‘부화한다’ 고 하는데 인민군대 내 매매춘행위가 성행하자 ‘인민군대 내 부화를 근절할 데 대하여’ 라는 명령서가 하달 될 정도였다. 식솔들의 생계를 위해 매춘을 하는 여성들은 ‘꽃사세요, 침대사세요’ 등으로 자신을 밝힌다.

문 : 며칠 전 북한의 심각한 술문화에 대해 보도가 되었다

답 : 군대 내 ‘술풍’은 심각하다. 초소근무를 나갈 때도 술을 꼭 가지고 나간다. 술로 인해 인민군에 의해 인민들의 희생이 허다하다. 실례로 98년 2군단 9사단에서는 술을 먹은 인민군에 의해 2명이 강간살해 된 적이 있었다. 그 일로 김정일은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군대 내 술풍을 근절하라 하였고 인민군은 맹세문과 서약서까지 작성했다.

문 : 군대 내 구타는?

답 : 북한은 구타가 일반화되어 있다. 심지어 구타로 인해 자살하거나 자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군 보위부에서 종사하던 탈북자 김영일(가명, 2001년 탈북)씨의 증언에 따르면 2001년 한 해만 8건의 집단 사실이 있었고 그로 인해 죽거나 부상당한 군인들이 130명에 달했다고 한다. 게다가 자총으로 죽은 자가 67명, 그것도 정확한 자료가 아니라 축소 자료일 것이라고 한다.

문 : 병영 이탈도 많은가

답 : 99년 지휘관들에게 배포된 자료를 보면 1000명의 탈영병들이 있다. 그들은 대다수 북한 내에 은거하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잡히면 군대 내 노동연대에 가서 강제노동으로 대다수 불구가 되거나 시체가 되어서 나오게 된다.

문 : 제대하면 어떻게 살아가나?

답 : 당국은 이들이 성실히 일하여 경제를 회생시키길 바랐지만 군대보다도 민간인에 더 가까운 이들은 ‘날로 먹는 법’부터 배운다. 북한에서 거래되는 물품 가운데 인민군과 연관되지 않은 물품은 거의 없다. 식량, 피복, 연유(기름)를 비롯해 장사가 되는 물품은 다 군대에서 새어 나온다. 골동품이나 금, 은도 군인 보호 아래 국경을 넘어간다. 큰 장사꾼은 인민군을 끼지 않고 장사 못한다.

김성민씨는 북한에서 1978년부터 10년간 군복무를 했으며, 대학 졸업 후 1991년 다시 4년간 인민군 대위로 선전대(심리전 부대) 작가 생활을 했다.

현재 ‘탈북자동지회’ 회장. 지난 10월 27일 미 의회 하원건물에서 만난 북한 한성렬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김정일을 타도해야 한다’ 구호를 들고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