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밀월 vs 핵협정 파기…정상회담 앞둔 북미 간 기싸움?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달 여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해 ‘혈맹’을 과시하면서 미국을 견제하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핵협정을 파기하면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서로를 향한 압박 카드를 내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핵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16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내용이 협정에 빠져있다는 점을 들어 파기를 공언해온 그가 실제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는 이달 말 또는 내달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대해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실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면서 이란핵협정 파기를 북핵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점을 밝혔다.

이러한 미국 내 강경 기류에 김 위원장도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며 대미(對美) 견제구를 날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40여일 만에 중국을 재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또 다시 회담을 갖고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이 같은 양상에 대해 외교 분야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을 앞둔 북미 양측 간의 기싸움’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북한이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을 얻어내기 위해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핵협정을 파기한 것은 모두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압박과 견제의 장치라는 설명이다.

최 부원장은 김 위원장의 방중 배경과 관련, “안전판을 확보하자는 강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계속 최대의 압박을 하겠다고 하니 ‘우리도 믿는 구석이 있다’는 의미에서 중국을 끌어안고, 동시에 미국에 대한 견제 카드를 확보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부터 이틀간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을 방문했다고 북한 매체가 9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7일 열린 연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건배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역시 “김 위원장의 방중은 미국에 대한 견제 의도가 충분히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경제 지원이나 체제 보장을 위한 차선책이자 일종의 보험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밖에 최 부원장은 미국의 이란핵협정 파기가 함의하는 바에 대해 “확실한 합의와 확실한 이행을 해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제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북한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이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밀월’을 과시해 미국을 견제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유화적인 카드를 내밀어 북미관계를 풀어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등, 고도의 양면전략을 통해 회담 주도권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