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의 남북열차티켓 누가 잡았나

반세기만에 휴전선을 넘어 운행하는 남북 열차의 티켓을 잡은 행운의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14일 남북이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에서 합의한 결과, 우리 측 탑승인원은 경의선과 동해선에 100명씩 모두 200명이다. 반면 북측은 50명씩 탄다.

57년만에 군사분계선(MDL)을 넘는다지만 군사보장조치가 이번 시험운행에 한정된 만큼 언제 다시 남북 열차를 탈 기회가 올 수 있을지 모르기에 탑승자에게는 더없는 행운이다.

통일부는 나름대로 엄격한 인선 기준을 적용했다. 6.15남북공동선언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했던 수행원들과 남북관계 유공자, 연예인 등을 포함해 각계 각층 인사를 망라했다.

일각에서는 `한 번 탈 수 없느냐’는 민원도 있었고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건설교통부 당국자 중에서도 업무 유관도를 기준으로 엄선됐다는 후문이다.

현직 관료로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남측 위원장인 진동수 재정경제부 차관, 김영룡 국방부 차관, 신언상 통일부 차관, 이춘희 건교부 차관 등이 탑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것은 제5차 장성급군사회담에서 북측으로부터 군사보장 조치를 받아낸 우리측 대표단의 정승조(소장)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문성묵(대령) 국방부 북한정책팀장 등 현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항간에는 장성급회담에서 군사보장을 하느라 노력한 `공로’를 높이 산 게 아니겠느냐는 풍문이 들리기도 한다.

정치인으로는 국회 통외통위 김원웅 위원장과 3당 간사인 진영 한나라당 의원,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양형일 통합신당모임 의원 등과 평화통일특위 배기선 위원장 등이 티켓을 잡았다.

열차가 연결되는 지점인 파주 지역구의 이재창 한나라당 의원, 속초ㆍ고성ㆍ양양 지역구의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 등도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 한다.

전직 관료 중에는 열차 시험운행의 시발점이 된 6.15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한 박재규.임동원.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탄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 `0순위’로 꼽혔지만 독일 방문 일정 때문에 탑승이 무산되면서 통일부 측으로서는 섭섭한 표정이 역력하다.

경제인으로는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과 개성공단 개발업체인 한국토지공사의 김재현 사장 등이, 연예인으로는 통일부 홍보에 참여했던 고은아가 행운을 잡았다. 애초 배우 문근영도 초청대상이었으나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

문화예술인으로 시인 고은, 소설가 박완서씨 등이 거론되고 있고 고 문익환 목사의 미망인인 박용길 장로도 탑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의선의 마지막 기관사로 유명한 한준기씨도 팔순의 나이에 경의선 열차에 다시 오르는 소원을 이루게 됐다. 한씨는 2000년 9월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기공식에 참석해 50m 가량 시운전하기도 했던 인물로 이번에 기관석에서 열차 운전에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통일부는 선정 과정에서 일정이 맞지 않아 밤샘 작업을 통해 몇 번이나 추가 선정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2005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본인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명단에서 빠지면서 석연치 않은 부분도 노출됐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