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내는 北경제개발 계획

북한이 다음달 중순 국가개발은행의 출범을 계기로 선보일 경제개발 마스터 플랜은 두만강개발 계획을 축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 사회주의권 투자를 먼저 이끌어내고 서방국가들로 확대해 나간다는 게 골자로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무시할수는 없지만 북한은 일단 이와는 관계없이 국가개발은행 설립을 계기로 경제개발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개발은행이 국제금융기구, 국제상업은행들과 거래하며 국가정책에 따르는 중요 대상들에 대한 투자업무를 수행하는 모회사라면 조선대풍투자그룹은 집행기구로, 실행 마스터 플랜을 짠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의 마스터 플랜은 크게 봐서 두만강 하구 개발을 축으로 라진을 석유.천연가스 공급기지로, 청진은 제철.중공업.중기계 단지로, 그리고 김책.신의주.함흥.원산.남포 등을 지역 거점도시로 개발한다는 것이라고 조선대풍국제그룹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개발계획이 주력할 분야는 우선 철도.도로.항만.공항.전력.에너지 등의 사회간접시설(SOC) 건설과 농업부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풍 관계자는 SOC 건설 계획은 시간을 두고 제시할 예정이며 농업부문은 유엔 기구 및 유럽연합(EU) 등과 적극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북한이 두만강 개발을 핵심축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두만강 하구에 위치한 라선시는 중국 입장에서는 동북3성의 물류를 태평양으로 뻗게 할 경제전략적 요충지고 러시아엔 사할린과 시베리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한국, 일본, 중국 등으로 판매할 최적지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은 그동안 유엔개발계획(UNDP)이 추진해온 북한.중국.러시아 3국 국경개발계획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왔고 라선시 개방에 대비해 인근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시를 동북 대외무역의 거점으로 강도높게 개발해왔다.


따라서 지난해 11월 두만강 개발계획에서 탈퇴했던 북측이 복귀를 선언하면 중국은 발 빠르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베이징 외교가에선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중, 그리고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의 방중을 통해 북한과 중국이 정부 대 정부, 당(黨) 대 당(黨) 간에 릴레이 회담을 벌이고 있는 데는 두만강 개발계획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일치한 때문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측은 일단 라진항 개방 등의 유인책으로 중국으로부터 ‘큰 투자’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시베리아와 사할린의 석유.천연가스를 한국.일본 등에 판매하려는 러시아로부터도 투자를 유치해 경제개발의 ‘기본 동력’을 만들고 국제정세에 따라 미국.유럽.일본 등의 힘도 보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실 북한은 작년 말 화폐개혁과 무역기관 통폐합 등 잇단 국가통제 중심의 경제조치를 취한데 이어 지난달 초 북한 최초의 경제자유무역지대인 라선시(라진+선봉)를 ‘특별시’로 지정한 바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국가개발은행 발족을 계기로 경제개발 계획을 내놓는다면 이는 비핵화 의지의 간접적인 표현이 될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마스터 플랜에 서방국가들은 여전히 ‘의구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국가개발은행의 자본금을 100억달러로 한다는 게 현실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어떻게 이 돈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것.


아울러 북측과 조선대풍이 각각 70%와 30%의 지분을 갖게 될 경우 해외로부터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조선대풍그룹 관계자는 “조선의 국가개발은행 지분에 참여하면서 국제금융계가 인정하는 지명도 높은 국제금융 CEO를 선임총재를 임명해 경영을 맡길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극도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서방국가들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