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졸릭 “불법수입 의존하면 불법체제 성공못해”

로버트 졸릭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3일(도쿄 시간)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南巡) 코스를 밟은 것처럼 보이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경제개혁 추진을 의미하는지 중국측으로부터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를 순방중인 졸릭 부장관은 이날 방중에 앞서 주일 미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측과 김 위원장이 논의한 내용 뿐 아니라’ 김 위원장의 방중 코스 의미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졸릭 부장관은 한국이나 중국과 양자대화나 6자회담을 통해 자신이 탐구하는 문제는 “북한이 과연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라며 “북한이 (부정.불법 수입으로 지탱하는) 불법 체제(illicit regime)를 계속 가질 생각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바뀔 가능성이 원천배제된 것인지”에 대해 미국이 결론을 찾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특히 북한 위폐 문제 등으로 인한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 “이는 제재가 아니라 자위 수단”이라면서도 “부정.불법한 종류의 수입으로 경제와 사회를 지탱해나가는 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신호를 북한에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언제까지나(continually) 북한을 지탱(prop up)해주려는 것은 아니며 북한이 1980년대 중국이 걸었던 (개혁.개방의) 길을 택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일부 신호도 있다”고 말했다.

졸릭 부장관의 이러한 말들은 미국은 물론 중국도 북한의 ’현상 유지’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이미 지난해 8월 중국과 전략대화에서 ’한반도 장래’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북한의 핵문제 뿐 아니라 위폐 등 각종 ’범죄 행위들’ 때문에 “미국으로선 각종 유형의 자위적인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등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전하고 ’미국에도 좋고 중국에도 좋은’ 한반도의 장래 시나리오로 북한이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택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고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었다.

졸릭 부장관은 이날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경제개혁 추진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북한이 주민들의 삶, 인도주의적 여건 개선에 관심이 있는지” 여부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단순히 경제를 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개방 의지가 있는지, 인도주의적인 성격인지, 근본적인 인권문제를 다루려는 노력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달러화 외에 일본 엔화도 위조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졸릭 부장관은 “다른 나라 화폐도 위조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중국 돈인지 일본 돈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그러나 일단 달러화를 위조하면 다른 돈도 위조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북핵 6자회담 재개 시기에 대한 질문에 졸릭 부장관은 “중국이 북한에 조기 개최를 촉구하면서 2월초로 제안한 것으로 알고, 미국은 이에 동의하지만, 북한측 대답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