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분위기서 “더러운 팔자” 말실수한 개성주민 결국…

우리 측 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내 개성공단의 모습.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2월 가동이 중단됐다. /사진=연합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30대 초반의 한 남성이 북한 당국의 입단속에도 말실수를 저질러 결국 추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최근 정부의 행동 개시에 대해 주민들 속에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도는 중에 한 주민이 ‘우리나라 주민들은 더러운 팔자를 타고났다’는 말을 해 보위부에 잡혀가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개성시 주민들은 최근 숱한 군인들이 개성공단 주변을 들락거리고 야심한 시각에 자동차가 들이닥치는 등 평소 볼 수 없던 움직임에 엄중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며 수군대고 갖가지 추측을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한 주민이 “밤낮 전쟁이 난다 어쩐다 하면서 들볶는데 왜 개성에서 38선이 딱 막혀 이 꼴이 됐는지 모르겠다. 남쪽 안에 들어서서 38선이 막혔다면 팔자를 고쳤을 것인데 이건 우리 팔자다”라는 말을 함부로 내뱉었다가 결국 보위부에 체포되고 말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붙잡힌 주민은 개성 인삼술공장 초대 지배인의 손주로, 그는 이전에도 “전쟁이 일어나면 누가 살고 누가 죽는다는 것이 없다. 북과 남이 모두 다 죽는다. 이것은 우리의 팔자다”라는 말을 해 문제시된 바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보위부는 연락사무소 폭파 전부터 주민들에게 말을 주의할 데 대한 정치사업을 진행했는데 인민반과 공장 기업소들에 배속된 정보원들로부터 사업보고를 받아 주민 요해(了解·파악)를 하는 중에 그가 걸려든 것”이라고 말했다.

보위부는 결국 그와 그의 가족들까지 전부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가가 어디로 추방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보위부가 ‘추운데 가서 혼나봐라’라면서 끌고 갔다는 일부 증언들에 미뤄 북한 내에서도 기온이 가장 낮은 북쪽 지역의 산골로 추방시킨 게 아니냐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소식통은 “추방 이후에 담당보위원이 관할지역 주민들에게 ‘말을 주의하라고 그렇게 일렀는데 제멋대로 말하다 시범에 걸린 것이다. 정세가 복잡할수록 정부는 주민들의 사상부터 확인하니 모두 입 건사를 잘하라’고 일러 술렁대던 주민들도 모두 말문을 닫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현재 개성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눈으로는 실컷 보되 말은 아예 말자’는 말이 유행 인사처럼 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