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손짓에 SLBM 발사 北속내는… “핵보유국 지위 확보 위한 수순”

전문가 "'어떤 상황에도 무기 개발' 의지 드러낸 것"...소식통 "향후 5년 시험발사 지속"

북한이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2면에 보도했다. 신문은 잠수함인 ‘8.24 영웅함’에서 SLBM의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불참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또다시 무력 시위를 감행했다. 대화 복원 가능성이 타진되는 상황에서 도발 카드를 던진 북한 당국의 속셈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대화 복귀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동시에 무기개발을 지속하는 이중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국방과학원은 5년 전 첫 잠수함발사전략탄도탄(SLBM)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여 공화국의 군사적 강세를 시위한 ‘8·24영웅함’에서 또다시 새형의 잠수함발사탄도탄을 성공시킨 자랑과 영광을 안고 당 중앙에 충성의 보고를 드렸다”고 밝혔다.

전날 우리 군 당국이 SLBM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한 것을 북측이 직접 확인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SLBM을 발사한 시점이다.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 등 한미일 정보수장의 비공개 회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또한 같은 날(현지 시각) 미국에서도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만나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한미일 간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북한이 SLBM을 발사한 것은 대화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SLBM 발사만으로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대화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무기체계 개발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중잣대 철회를 주장하면서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결국에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게 북한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4일 담화문을 통해 “자기들이 자행하는 행동의 당위성과 정당성은 미화하고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들은 한사코 걸고들며 매도하려드는 이중적이며 비논리적인 편견과 악습, 적대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시정연설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즉, 북한이 주장하는 ‘이중잣대 철회’는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결국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전략적 과정 중 한 단계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고위급 간부들 사이에서도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제1의 목적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며 이를 위해 서둘러 핵무기를 고도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19일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핵 강국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핵무력을 완성하는 것이 앞으로 5년의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 무기 시험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화 기조와 상관없이 북한이 주장하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해 핵무기 개발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편, 이번 북한의 SLBM 발사 당시 유진 군수공업부 부장과 김정식 부부장 등이 참관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북한이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위 소식통은 “이번에 시범 발사한 미싸일(미사일)이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에 원수님을 초청하지 않은 것이지 국제사회에 주는 경고에 수위를 조절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