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단도 북한인권 관심 높아진다

▲강연에 집중하는 연세대 법학과 학생들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강단에서도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연세대학 법학과는 국제법 수업 중 하나인 ‘인권법’ 시간에 평양 출신 탈북자 한영진씨(35)를 초청,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강연을 주최한 법학과 김대순 교수는 “인권법 과목에서 북한인권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며 “북한에서 살다온 탈북자를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직접 듣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아서 이런 시간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북한의 현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시간을 자주 가질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2002년 탈북, 현재 DailyNK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한영진씨는 50여명의 법대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인권은 사람이 태어나 생명과 자유, 평등을 누릴 수 있는 권리지만, 북한에는 이러한 권리가 없다”며 “일각에서는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자신들이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북한인권을 외면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북한인권 실태를 말해주는 단적인 예로 옥수수를 따먹고, 소를 잡아 먹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을 당해야 하는 현실을 우선 꼽았다.

“95년경 식량난이 극심해져 생존을 위한 각종 범법행위가 빈번하자 ‘한 해에 2000명씩 처형해도 좋다’는 김정일의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며 “배가 고파 옥수수를 따먹으면, 군량미를 훔쳐먹었다는 죄목으로 공개처형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南 대학생, 北 현실 하루빨리 눈뜨길

그는 “먹을 것이 없어 옥수수를 따 먹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을 당해야 하는 사회, 이것이 어떻게 사람이 사는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남한 대학생들이 북한의 현실에 하루빨리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씨는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나님 위에 김일성을 만들어 놓고, 인민들에게 살아있는 나를 믿어라. 그럼 잘 살게 해주겠다고 세뇌시킨다”며 남측 인사들에게 공개되는 북한의 종교 시설은 위장 시설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서도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하루아침에 사회적 지위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사회가 북한사회”라며 “체제를 비난하거나 반대 의견을 말할 경우 목숨으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참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연을 듣는 학생들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탄성을 질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학생들은 북한 사회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상황이 그 정도라면 북한에서 왜 반란이 일어나지 않느냐?”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한씨는 “북한사람들 의식에는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며 “너무나 오랫동안 억압된 상황에 살아왔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들고 일어날 힘이 없다”고 답했다.

또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북지원은 늘고 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거나 적다”며 “현금지원이나 무조건 퍼주기식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내실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북한인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현주 대학생 인턴기자 lh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