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주민 반응, 평양은 다르다?… “허리띠 더 조여서라도…”

[당대회 인터뷰③] 평양 주민들 당대회 결정 관철 의지 높아…인접한 평성 주민은 비판적 시선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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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열린 8차 黨대회, 당 간부들은 어떻게 봤을까?
北 국경 주민들, 당 대회 결정에 ‘싸늘’… “또 백성들만 죽겠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9일 평양의 거리 풍경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새해 벽두에 진행된 8차 당 대회가 끝난 뒤 국경 지역의 북한 주민들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핵무기 지속 개발과 같은 당 대회 결정 사항에 뒤따를 주민들의 고통을 짐작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수도 평양이나 평양 인근 내륙 지역의 주민들은 이번 당 대회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데일리NK는 최근 평양시와 그에 인접한 평안남도 평성시의 주민과 각각 접촉해 8차 당 대회 결정 사항 및 화제가 된 이슈에 대한 의견은 물론 내부의 분위기도 들어봤다.

특히 다른 지역과는 대조적으로 평양에서는 이번 당 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행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본보와 인터뷰한 평양 주민은 “이번 5년간은 진짜 허리띠를 더 조이고라도 계획 수행을 좀 잘하자는 마음들”이라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평성 주민은 국경 지역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자력갱생 정신, 국방력 강화, 비사회주의 현상 방지, 부정부패 감독 등 이번 당 대회에서 거론된 주요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평양 주민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평양, 평성 주민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이번 8차 당대회는 역대 두 번째로 긴 대회였다. 당시 분위기나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

평양 주민(이하 E): “중심구역만 아닌 주변구역들까지 매일 24시간 자기 단위별 경비근무 수행하고 일일 총화해 손에 땀을 쥐는 회의 주간이었다. 특히 4·25 문화회관이 있는 모란봉구역, 그 행로들에 있는 서성구역과 중구역 주민들은 엄동설한에 새벽 2시면 나와서 연도를 쓸었다. 온 평양시가 회의 전 기간 1호 행사 보장을 위해 말 그대로 성새, 방패가 됐다. 이렇게 하는 것이 수도 시민의 자세이고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평안남도 평성 주민(이하 F): “회의를 오래 한다고 해서 무엇이 해결되겠나. 그렇게 기대하는 것은 미물(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이번에 회의에 참가한 대표들의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 보고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돈 주고 오라고 해도 안 간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총비서에 추대됐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어떤 말들을 하고 있나?

E: “원수님(김 위원장)의 권위와 위신이 백방으로 강화된 회의라고 한다. 평양시 주민들은 당이 강화되고 원수님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공화국의 위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위원장은 수령님 시대부터 지금까지 전혀 높아 보이고 권위 있어 보이는 직무 이름, 부름은 아니었다.”

F: “당에도 위원장, 직맹, 농근맹, 여맹에도 위원장이 있으니 무게감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주민들은 ‘총비서면 어떻고 위원장이면 어떤가’ ‘이름 바꾼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부르든 최고 존엄이기는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또 이번 당대회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제시됐다. 5개년계획을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E: “현재 인민반 회의나 생활총화에서 강조되는 것이 절약이다. 절약이 당 8차 대회 정신관철이라고 해서 평양 시민들은 한 알의 쌀, 한 방울의 물방울, 한 와트의 전기, 한 장의 종이, 꽁다리 연필 한 자루도 막 버리지 않아 당 대회 과업 관철에 이바지하려는 마음들이다. 하루에 한 끼 먹는다고 죽지 않으니 나라서 공급해주는 배급으로 죽을 쒀 먹으면서라도 이번 5년간은 진짜 허리띠를 더 조이고라도 계획 수행을 좀 잘하자는 마음들이다.”

F: “5개년전략 목표 수행 미달의 책임이 내각과 도·시·군 인민위원회, 그리고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하나같은 생각이다.”

-5개년계획의 기본은 역시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이것이 가능하다고 보나?

E: “국가 배급이 없으면 평양 시민들은 대량 아사가 온다. 어느 정도 공급이 있다면 버틸 수는 있다. 순전히 0에서 자급자족 하라면 너무 막막하다.”

F: “언제부터 자력갱생을 이야기했나. 수도 건설이나 발전소 건설, 사적지 건설 등 국가건설 동원과 군대 지원만 없어도 지방은 살 것 같다.”

-지방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원을 시사하고 매년 시멘트 1만 톤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E: “지방 친척들 사는 것 보면 잘 사는 사람은 지주보다 더 잘 살고 못사는 사람들은 진짜 죽지 못해 살아간다. 집 없이 기관 경비실들에 쪼그리고 자고 여름에는 낟알 더미에서 잔다고 들었는데, 지원하고 도와줘서 다 같이 인민의 지상낙원이 되면 좋겠다.”

F: “세멘트(시멘트) 1만 톤이면 적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지원되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목표 제시는 좋아한다.”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현상 방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내부 주민사회 분위기는 어떤가?

E: “일단 불순 선전물을 보거나 유포시키면 평양시에서는 추방이다. 당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으면 된다는 반응들이다.”

F: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좀 안 외쳤으면 한다. 무서워서 못 살겠다는 것이 주민사회 분위기다. 사실 호기심으로 영상물들을 보았는데 반동적이지도 않고 사랑, 연애 이런 것들이더라. 뭐가 그리도 무서운지, 괜히 벌벌 떠는 것 같다.”

-이번 당 대회에서 핵무기 지속 개발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미국에는 새 정부가 들어섰다. 핵 개발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또 주민들은 앞으로 북미관계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나?

E: “조금만 탕개를 늦추는 순간 우리가 지금 남조선(한국)처럼 식민지 노예가 된다는 당의 사상을 접할 때마다 허리띠를 조이고라도 국방력을 강화하는 길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은 믿을만한 나라가 못 되고 백년숙적이라는 생각이 더 든다. 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

F: “핵무기 개발에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데 그걸로 비료나 농약, 타이어 사다가 농사에 돌리면 더 좋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조미(북미)관계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실제로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개선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렇다면 남북관계는 어떤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나?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E: “우리는 북남관계 개선을 기대한다. 남조선에서 공짜로 뭘 가져다 먹거나 지원 안 받고 서로 교류하면 되지 않나. 좋았던 때만 생각하면 넘지 못할 산이 어디 있을까 생각한다. 금강산도 다 같이 오가고 이산자 가족들도 다 만나면 좋겠다.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긴장 없이 한 영토를 오가며 평화롭게 살면 안 되느냐고 남조선에 묻고 싶다.”

F: “북남관계는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심 없이 도와준다고 하는데 왜 안 받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같은 민족인데 서로 도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당 규율 문제를 다루는 부서를 새로 만들고, 당중앙검사위원회의 부정부패 감독과 신소처리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결정도 이뤄졌다. 이와 관련한 내부의 분위기는 어떤가?

E: “당중앙과 모든 전국의 도·시·군급 조직들이 당의 강한 통제를 받아야 신소 청원 같은 인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들어 정책에 반영할 게 아닌가. 간부들은 힘들겠지만, 인민을 위해서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이민위천 구호가 나왔는데 수령님 시대 때처럼 인민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당이 되라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겠으나, 그렇게 일할 일군(일꾼)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다.”

F: “언제는 그런 부서가 없어서 부정부패가 있었나. 그것보다 더 강할 때도 부패는 항상 있었다. 그리고 신소한다고 해서 절대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며 사실 신소하면 힘없는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이번 당대회에서 그동안 김 위원장을 옆에서 수행하던 조용원이 눈에 띄게 승진했다. 반대로 김여정 동지는 중요 직책도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 어떤 말들이 돌았나?

E: “조용원 동지는 충성심이 강하고 유능한 일군이며 실천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양시에는 소문이 나 있다. 김여정 동지는 백두산 가문인데 직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F: “외형으로 보면 남자(조용원)는 머리가 좋게 생기기는 했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 태양 가까이로 너무 가면 위험하다. 여자(김여정)는 원수님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으니 무엇이든 상관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