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서 쌀 빠져나간다” 보고에 차량이동 통제·단속 강화 지시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에서 트럭 한 대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이동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농촌들에서 한밤중에 식량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차량에 대한 통제를 이중삼중으로 더욱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정부가 전염병 사태로 거리 이동금지령을 내리고 통제에 나섰지만, 시내 주민들이 야밤 행군으로 가까운 농촌에 드나들며 쌀을 실어 나르자 이에 대응하여 지난 20일 강력한 이동 통제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실제 장사하는 주민들은 한밤중에 몰래 차량을 움직여 식량 나르기에 나서고 있는데, 현재 내부의 열악한 식량 사정을 알고 있는 당·정권기관은 물론 보위부와 안전부에서도 이를 못 본 체하고 적극적으로 통제하거나 단속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먹고살 조건이 보장되지 못한 형편에서 꽃제비가 늘어나고 가난한 주민들은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굶어 죽고 있다”면서 “당·정권기관이나 보위부, 안전부 일군(일꾼)들은 도내 주민들의 이런 사정을 보고 장사군(장사꾼)들이 식량을 해결하도록 조용히 풀어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촌에서 쌀을 실은 개인 차량이 움직인다는 보고가 군 상층부에 접수되면서 사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군량미를 채 확보하지 못한 군은 농촌에서 쌀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든 막기 위해 현재 상황을 중앙당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함경북도와 더불어 다른 지역에도 차량 이동을 더 강력히 통제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고, 이에 농촌으로 숨어들던 차량들이 현재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이 이번에 내린 강력한 이동 통제 지시는 코로나19 사태를 명목으로 내세운 것이지만, 군이 식량을 완전히 거둬들이지 못한 조건에서 쌀이 주민 사회에 풀리는 것을 막으려는 게 실질적인 의도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진 주민들은 정부의 이동금지령에도 ‘앉아서 굶어 죽어야 하느냐’면서 강추위에도 아직 논갈이하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니며 이삭주이(이삭줍기)를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비참한 실태”라며 “두 번 세 번 이삭주이한 데다 눈까지 내려 논밭에는 보이는 이삭도 없는데 가난한 주민들은 금을 찾듯이 땅을 누비고 있다”고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