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봉쇄하라고 투입했더니 무장한채 탈북…軍지도부 ‘충격’

상급 간부 지속적 괴롭힘에 야간에 탈영 감행...군인들 "나라도 군도 썩었다"

압록강 함경북도 온성군 국경경비 하전사
2019년 2월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얼어붙은 압록강 위에서 얼음을 깨고 물을 긷고 있는 북한 국경경비대원들의 모습(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차 강화되고 있는 북중 국경 봉쇄 작업에 투입된 군인이 무장을 한 채 탈북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신파군에서 7군단(함경남도 함흥) 소속 군인이 탈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탈영병은 야간 근무 시간 때 휴대했던 소총을 들고 강을 넘어 중국으로 도망쳤다”고 전했다.

앞서 조선일보도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7군단 소속의 한 군인이 5.45mm 소총 한정과 총탄 60발을 휴대하고 압록강을 넘어 탈북했다”고 했다.

본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 군인은 분대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상급 간부의 노골적 뇌물 요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중대 정치지도원은 중국 돈 500위안과 장백산 담배 1보루 상납을 닦달했었고, 이 군인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자 “이런 정신으로는 입당(入黨)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 정치지도원은 “내가 주는 임무는 당(黨)에서 내리는 것과 다름 없다” “평화로운 시기에 사소한 임수 수행도 못 하는 군인이 어떻게 위급한 순간에 당과 수령을 위해 한 몸 바칠 수 있겠는가”라면서 지속 그를 괴롭혔다고 한다.

소식통은 “3중, 4중의 국경봉쇄로 돈벌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상급 간부가 입당 문제를 걸고 들면서 뒷돈을 요구한 것”이라면서 “정치지도원이 이 군인의 탈영과 탈북을 뒤에서 떠밀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국경에 특수군단인 ‘폭풍군단’과 더불어 7군단을 투입하는 등 봉쇄를 강화하고 있지만, 지난 11월 초에 국경경비대 간부가 밀수를 주도하는 대형 사건이 터지면서 혜산이 봉쇄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또한 10월부터 진행되는 최신형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폭파 사건도 끊이지 않았고, 심지어 국경 지역에 투입된 군인들끼리 총격을 가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었다.

소식통은 “군인이 무기와 실탄을 만장탄하고 국경을 넘는 사건이 터지자 (당국은) 말 그대로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면서 “강력한 감시통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인이 일탈하자, 현지에서는 ‘나라도 군도 썩었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