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북한 주민을 대표할 민주화 단체 출현을 기대한다

자유조선
‘자유조선’이 지난 20일 공개한 ‘조국땅에서’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한 인물이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떼내고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자유조선 유튜브 화면 캡처

북한 해외 공관을 습격하는 대담한 행동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반북(反北) 단체 자유조선이 28일 단체 웹사이트에 본인들이 추구하는 바와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자유조선은 그동안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피신시키고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하는 등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활동을 벌이면서도 단체 운영의 내막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 이 때문에 자유조선이 미국에 기반을 둔 급진적인 반북 행동조직이며, 주요 구성원은 미국 내 북한인권운동가와 탈북자들이라는 정도만 추측돼왔다.

이날 발표문에서 자유조선은 이 단체가 그들의 도움으로 북한을 탈출하여 세계 각국에 있는 동포와 탈북민이 결집해 있고, 북한 내 혁명동지들과도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스페인 대사관 침입 사건으로 행동소조가 활동을 중단했으며, 앞으로 더 큰 일이 있는 만큼 조직의 실체나 구성원에 대한 관심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유조선은 앞서 3월 1일 자유 조선의 건립 선언문을 발표하며 북한의 임시 망명정부를 자처했다. 스페인 사법당국의 사건 발표와 공개수배로 애드리안 홍 창 등 대사관 습격 주도자들의 신원이 일부 밝혀졌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종합하면 자유조선은 북한 김정은 세습체제를 전복하고 북한 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민주 정부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이 단순한 이상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과 자금, 어느 정도의 행동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3대 세습 체제에 대한 분노와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유린 상황이 이 같은 상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의 많은 깨어있는 사람들이 북한의 폭정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반면 우리는 자유조선의 활동이 북한민주화 운동에 가져올 부정적 효과 또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김정은 정권처럼 북한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폭압 정권을 상대로 민주화 운동을 벌일 때는 극도로 신중하고 전략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는 활동방식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조직성격과 활동방식도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의 광범위한 참여와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대중적 지지를 받는 주요 인사와 단체를 폭넓게 망라해 조직을 구성하고, 대중투쟁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하는 조직노선을 선택할 수도 있다. 대중적 참여와 투쟁이 어렵고 독재정권의 탄압이 극심할 경우, 철저하게 조직을 비공개로 운영하여 핵심 역량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조직노선을 채택할 수도 있다.

북한 민주화 운동의 주역은 북한 주민이다. 북한 주민과 내부의 민주화 운동가들을 확대하고, 그들의 활동을 고무하고 지원하는 활동이 가장 우선시 된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적인 역량과 여론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특히 북한과 외교관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EU(유럽연합) 국가들의 북한 민주화 운동의 필요성과 실질적 지원에 대한 태도는 무척 중요하다.

이번 스페인 대사관 습격은 현대사회에서 외교공관이 보장받아야 할 지위와 안전을 고려한다면 과격하다. 경비가 허술한 북한 대사관을 권총과 장검으로 무장해서 들어가 주재원을 협박해 정보를 탈취한 행동에 스페인 국민이나 유럽인들이 얼마나 동조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미국 FBI나 CIA와 접촉설은 그 의도의 순수성에 대한 시비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관련자 송환을 두고 스페인 사법당국과 미국의 외교 공방은 북한민주화 운동을 국제적인 법절차와 대립되는 구도에 놓고 찬반양론에 휩싸이게 할 것이 분명하다. 자유조선의 활동이 북한 당국을 당황하게 할 수는 있고 단체의 선명성을 부각할 수는 있지만 북한 체제의 변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자유조선 구성원들의 뜻과 의지에는 공감한다. 이번 사건이 북한의 변화와 민주화를 위해 올바른 전략과 노선, 역량과 경험을 갖춘 단체가 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