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김정일 생일날 ‘세 쌍의 무지개’ 떴다?

▲ 정일봉(높이 216.42m 주장)

노동신문이 ‘장군님(김정일)의 탄생 2월 16일 날 아침 신양군(평남 소재)에 신비로운 세 쌍의 무지개가 비껴 사람들을 황홀하게 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침 9시경, 신양군 중심에 있는 태양상(김일성 장례때 사용한 웃는 모습의 초상화-편집자) 주변의 일기가 갑자기 맑아지면서 태양을 중심으로 큰 무지개가 비끼고, 동쪽과 서쪽 하늘에 각각 한 개씩 비꼈다는 것이다. 또 이 세 쌍의 무지개는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숙을 통칭하는 ‘3대장군’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매해 2월이 되면 ‘김정일 전설’이 적어도 한 건 꼴로 매체에 등장한다.

지난해 조선중앙통신은 63회 김정일 생일날 16일의 날짜 조화가 신비롭다고 보도했다. 즉 16일이 2월의 ‘셋째 주, 세 번째 날, 수요일’이어서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수자 ‘3’이 세 번 겹쳐 길(吉)하다는 것. 그래서 ‘늙은이와 아이들이 올해 2월은 장군님의 2월, 인민의 2월 이라고 탄성을 올렸다’는 것이다.

2002년 2월에는 중앙방송이 백두산 천지에 200미터 이상 봉우리가 216개라고 주장한 적도 있다. 이때도 김정일의 생일 60돌이 되는 해였다.

북한당국이 김정일이 태어난 곳으로 날조한 백두산 밀영의 해설 강사들은 ‘장군님께서 탄생하신 정일봉의 높이가 신통히도 216.42m’라고 말한다. 이어 ‘하늘이 백두의 정기를 타고나신 장군님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천지조화를 부린 것’이라고 예찬한다. 여기서 216은 김정일의 생일이고, 42는 그의 출생연도다.

이 외에도 ‘백두산 3대위인(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숙)’을 찬양한 전설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자연 현상을 이용한 신비화 우상화다.

북한 매체가 김정일 생일날 세 쌍의 무지개가 떴다고 선전해도 물론 어른들은 믿지 않는다. 어른들은 우기(雨期)도 아닌데, 무슨 무지개냐고 관심도 없다.

문제는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다. 어린이들은 무지개가 떴다고 하면 좋아한다. 그래서 ‘위대하신 장군님’과 무지개 출현을 환상을 갖고 보는 것이다.

남한 사람들이 들으면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선전이지만 어린이들은 믿고 따른다. 이것이 수십년간 계속돼온 북한의 인민 우매화 작업이다.

한영진 기자 (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