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북핵문제 제국주의 후유증”

이집트를 방문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8일 카이로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랍연맹을 방문, 아랍 지도자들과 만나 속깊은 얘기를 주고받았다.

1945년 반(反) 이스라엘과 아랍어를 공통분모로 해 출범한 아랍연맹은 현재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22개 회원국을 거느린 아랍권의 최대기구다.

노 대통령을 처음 맞은 이날 자리에는 이집트 외무장관 출신인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과 회원국 상주대표단이 참석, 한반도 및 중동정세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인은 아랍인의 친구”라는 무사 사무총장의 따뜻한 환대에 사의를 표한 뒤 역사와 석유를 화제로 올려 한국과 아랍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역사 기록을 보면 천년 전부터 한국과 아랍은 서로 교류를 하고 있었다”며 “아라비아에서 석유를 생산해 주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하루도 살아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새로운 보다 더 건설적인 관계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제가 방문한 것”이라며 “한국은 아랍권이 세계질서 속에서 보다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 제국주의 지배를 받았던 한국과 아랍의 불행한 역사도 거론하며 서로의 동질성을 부각시켰다.

노 대통령은 “전쟁(2차대전)이 끝나고 6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세계 여러 곳에는 제국주의 시대가 남겨놓은 질서의 잔재가 남아있고, 또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도 그와 같은 후유증으로부터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북한문제와 북핵문제도 그와 같은 후유증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긴 역사에서 보면 60년은 매우 짧은 세월”이라며 미래에 시야를 맞췄다.

아울러 “옛날 제국주의 세력이면서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국가들과 대등한 능력을 가지고 세계평화에 당당하게 참여하고 기여하는 일을 한국도 하고 싶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한국이 이런 꿈을 실현하는 데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한국을 평화를 애호하는 가까운 친구로 항상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무사 사무총장과의 별도 환담 후 방명록에 ‘천년의 인연에서 평화의 동반자로 두 번째 천년을 함께 하자’고 적었다.

무사 총장은 “이번 노 대통령의 방문은 천년의 역사를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고 “한국은 여러 분야의 세계 중심”이라고 추켜세웠다./카이로=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