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포로가족 “남북회담에서 송환약속 받아라”

▲ 23일 오전 남북장관급회담장 앞에서 열린 ‘납북자, 국군포로 가족’ 집회

23일 오전 10시 제15차 남북장관급회관이 열리고 있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 앞에서 납북자 단체 회원 30여명이 국군포로 및 납북자들의 송환과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국군포로가족모임>(대표 서영석) <피랍탈북인권연대>(대표 배재현)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룡) <납북자가족협의회>(대표 최우영) 소속 가족들은 국군포로의 사진과 유해를 들고 회담장인 워커힐 호텔로 향하다가, 근처에 대기 중이던 경찰병력에 진입을 저지당했다.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국군포로의 사진이 들어있던 액자가 파손되고,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가 실신하는 등 가족들과 경찰간의 실랑이가 30여 분간 계속됐다.

▲ 국군포로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송환을 촉구하는 가족들

<국군포로가족모임> 서영석 대표는 경찰병력에 둘러싸인 가운데 준비해온 성명서를 낭독했다.

▲ 성명서를 낭독하는 <국군포로가족모임> 서영석 대표

서 대표는 성명서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다가 전쟁포로가 된 국군을 외면하는 남북회담은 위선일 수밖에 없다”며 “가족과 생이별로 아픔을 겪은 납북자들을 외면하는 화해협력은 거짓이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송환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북한 당국은 이들의 송환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회담장 진입을 저지당한 가족들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으로 이동, 국군포로의 송환과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지난 2004년 11월 국군포로였던 아버지의 유해를 남한으로 운구하다 중국에서 유해의 하반신을 탈취당해 유해 일부가 북송당했던 이연순씨는 “정부는 나라를 지키려다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국군포로들과 그 자녀들에게 보상은 커녕 사과의 한마디도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 유해마저 찾아오지 못한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오열하는 이연순씨

이씨는 “아버지의 유해를 찾으러 중국에 가기 전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해 협조하겠다는 의사도 전달받았지만, 막상 아버지 유해의 하반신이 북송 당했을 때 우리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돈을 들여서라도 유해를 찾아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데, 대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하루빨리 아버지의 유해도 되찾고, 명예도 회복시켜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생사, 주소 확인을 위한 적십자 회의 7월 중 개최’라는 의제를 내놓았지만, 북측은 이에 답하지 않고 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