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단체 “안타 쳤으니, 타점도 내라”

정부가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을 전제로 북한에 사회간접자본(SOC)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동아일보 10일자 보도에 대해 납북자 관련 단체들의 반응은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납북자 관련 단체들은 정부가 그동안 북한에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도 납북자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한 ‘상호주의적 입장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 납북자 단체 “모처럼 안타 쳤는데 타점도 내기를”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지난달 통일부 장관과 면담했을 때 동서독이 했던 방식으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이 장관이 말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모처럼 안타를 쳤는데 타점도 올리는 성과를 올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북측이 ‘납북자’ 용어를 문제 삼아 13차 이산가족산봉 행사가 파행됐다”면서 “이제는 정부가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를 당당하게 이야기해 북한 정부의 변화를 촉구해야 하다”고 주장했다.

<납북자가족협의회> 최우영 회장도 “이종석 장관이 국가가 부담을 해서라도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었다”며 “정부가 납치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총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기존 정부의 대북정책이 ‘퍼주기’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모처럼 정부가 당연한 생각을 했다”며 “납북자나 국군포로 문제는 당면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북한이 수락할지 ‘신중론’도 제기

대체로 납북자 관련 단체들은 환영하는 입장이었지만 향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에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도희윤 총장은 “현재 금융제재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향후 북한이 보다 많은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며 “북한이 현재 처한 난관만을 타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되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북한은 납북자 문제에 대해 철통같이 방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제안에 쉽게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체제 유지 차원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해주느냐에 집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 통일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

지난 7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현대경제연구원이 개최한 포럼에서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독일의 사례도 참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 납북자 관련 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납북자, 국군포로를 송환하려면 일정정도 비용이 필요하다고도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10일 통일부는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납북자 해결을 위해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으나, 향후 납북자 문제에 대해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