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추위 쌀 차관 제공 배경과 전망

22일 끝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우리 정부가 대북 쌀 차관 40만t 제공을 북한의 `2.13합의’ 이행 여부와 연계한 것이다.

합의문에는 없지만 우리측 대표단은 “북측의 `2.13합의’에 대한 성실한 이행 여부에 따라 쌀 제공 시기와 속도가 조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그해 10월 핵실험을 거치면서 동결된 쌀 차관이 2.13합의에도 불구하고 이행 유보상태가 계속된 데 이어 이번엔 `조건부’라는 딱지가 붙었음을 의미한다.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인도적 성격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지렛대 기능을 해 온 식량 차관이 동북아 정세의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의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해준 셈이다.

◇ 문서 합의에 구두 조건 = 쌀 차관 40만t 제공은 애초 이번 회담의 피할 수 없는 합의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런 관측은 지난해 7월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우리가 쌀 제공을 유보하자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하며 남북관계가 냉각된 과정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식량 차관 합의 없이는 회담 전체가 깨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비록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에 걸려 비핵화를 위한 초기조치 실천이 지연되고 있지만 6자회담이 재개되고 2.13합의의 틀이 유지되고 있다는 정세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2.13합의의 이행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국내외 여론 악화와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행동을 이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정책수단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결과적으로 합의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과 합의 이행을 주저하면서 북측의 행동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 서로 부딪치면서 식량차관제공 합의서를 타결하는 동시에 2.13 이행 여부를 구두로나마 연계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심 끝의 결정인 셈이다. 애초 쌀 차관 제공시기를 못박지 않는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서 합의-구두 조건’을 최선의 방안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쌀을 실은 선박이 5월말 첫 출항할지 여부는 북한이 2.13합의 이행을 향해 나아가는지에 달려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북핵 상황이 어려워지면 남북관계는 동시에 흔들릴 공산이 크다.

◇ 27% 인상가격에 5월말부터 육.해로 수송 = 북측이 2.13합의 이행에 성의를 보인다면 첫 배는 5월 말 북측 항구로 향하게 된다.

40만t 가운데 15만t은 국내산, 나머지 25만t은 외국산 쌀이다. 2005년에 50만t 가운데 국내산이 40만t에 달한 것에 비해 차이가 있지만 이는 국내 수급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산 가운데 5만t은 육로 수송 대상이다. 25t 짜리 화물차에 싣고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통해 개성지역에 3만t을, 강원도 고성지역에 2만t을 전달하게 된다. 2005년에는 10만t을 육로로 보낸 바 있다.

나머지 35만t은 남포, 해주, 송림, 흥남, 원산, 청진 등 동서해 항구로 배 편으로 수송된다.

북송을 끝내는 시한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 2.13합의 이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3∼4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차관금액은 t당 미화 380달러씩 총 1억5천200만 달러 규모이며 10년 거치 30년 상환에 이자율은 연리 1.0%이다.

눈에 띄는 것은 t당 가격이 2005년의 300달러에 비해 27% 오른 점이다. 국제 시세 상승에 따른 것으로, 이번 회담에서 인상을 위한 대북 설득에 꽤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모니터링 장소는 동해안 3곳과 서해안 2곳으로 2005년보다 1곳 늘었으며 종전처럼 10만t 단위로 전달을 끝낼 때 분배현장을 방문하도록 돼 있다.

이에 앞서 한국수출입은행과 북측 무역은행은 차관계약을 체결하게 돼 있으며 우리 정부는 지난해 6월말 시행된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이번 식량차관 제공 합의서에 대한 발효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