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철 후계자 급부상說…믿어야 되나?

▲ 일본 후지TV가 독일 에서 촬영한 김정철로 추정되는 인물 모습

북한 김정일의 차남 김정철이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김정철이 김정일과 같은 중앙당 본청사의 집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수시로 김정일의 지시를 받고 있다면서 김정일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그 동안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돼온 인물은 영화배우 성혜림씨와의 사이에 태어난 정남(36)을 비롯, 오사카(大阪) 출신 북송동포인 고영희씨와의 사이에 태어난 둘째 정철, 그 아래의 막내 정운(24) 등 3명의 형제다.

그러나 막내인 정운은 아직 나이도 어리고 노동당 요직이 아닌 인민군에 배속돼 있어 후계구도에서 멀어진 상태로 평가되며, 장남 정남은 조직지도부 소속이라는 설도 한때 있었으나 실제로는 해외에 머물면서 사실상 ‘방임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남이 후계자로 떠오를 경우 한때 북한 인민들의 사랑과 인기를 받던 여배우 성혜림을 김정일이 몰래 데리고 살면서 낳은 아이라는 사실이 소문이 날 것이기 때문에, 김정일 입장에서는 부담스런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한 김정철이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된 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철이 본격적인 후계수업을 받고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신문에 따르면 김정철은 수년 전부터 조직지도부에 배치됐으며 올해 들어 부부장으로 승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사업 경험이 적기 때문에 김정일의 측근인 이제강 제1부부장이 후견인으로서 집무를 보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제강은 김정일의 처 고영희가 생존했을 당시부터 차남 정철을 후계자로 만드는 데 앞장서 온 인물이다. 장성택의 실각 후 군(軍)을 제외한 조직지도부 사업은 제1부부장으로 간부 담당사업을 했던 이제강(77)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왔다.

김정일은 1964년 조직지도부 지도원(당시 22세)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해 69년 조직지도부 부부장, 73년 조직비서 겸조직지도부장을 거쳐 1974년 당 정치위원으로 선출됨으로써 사실상 김일성의 공식 후계자가 되었다.

따라서 다른 형제들이 당 요직에 임명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정철이 후계자에 가장 근접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한편,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이 지난달 초 사법 및 검찰,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를 관장하는 중앙당 행정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져 김정철의 후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장성택의 복권 당시 그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장남 정남의 재기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된 적이 있다. 또 장성택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제강-정철의 구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따라서 장성택이 다시 권력 실세로 떠오른 사실이 정남에게 유리한 후계구도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지만, 김정일이 후계갈등을 야기할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후계문제와 관련, 장성택에게 사전에 단단히 주의를 주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김정철의 급부상으로 ‘포스트 김정일’ 구도에 변화가 관측되고 있지만 김정철로의 후계구도가 확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이니치의 보도를 사실로 확정하기는 다소 이르고, 또 과연 김정일이 일찍 후계자를 가시화할 것이냐는 문제에도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김정철은 신체와 목소리가 여성처럼 변하는 ‘여성 호르몬 과다 분비증’ 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 치료가 끝날 때까지 김정철은 후계자로 확정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지금 김정일의 건강상태에 결정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과거 자신이 후계자가 된 이후 빠르게 권력이 이양되는 학습효과를 경험한 김정일이 이른 시기에 후계자 지명을 공식화할 가능성 보다는 오히려 최대한 미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후계자 문제는 그 대상자와 시기 문제가 오로지 김정일이 마음먹기에 달렸기 때문에, 실제로 구체적인 방향이 잡혔다면 후계자를 둘러싼 갈등이 노출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는 김정일이 70세가 되는 5년 후 정철이 32세로, 김 위원장이 공식 후계자로 등장한 시기와 같아, 그때쯤 후계자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지난 10월 한 토론회에서 “김정일은 만 70세가 되는 때를 전후해 후계자를 지명해 체제를 공동관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생모(성혜림) 문제로 인해 김정남이 후계자로 지명되는 데는 결정적 결함을 갖고 있어 차남 김정철을 후계자로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김정철이 중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승진’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