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10월 들어 분주한 움직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창건 60돌(10.10)을 전후로 열린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빡빡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9일 평안남도 대안군에서 열린 대안친선유리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당창건 60돌 기념 주요행사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유리공장 준공식 참석은 무상으로 공장을 건설해준 중국 정부에 대한 각별한 사의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준공식을 며칠 앞두고 김 위원장은 이곳을 현지지도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의 매체들도 일제히 김 위원장의 준공식 참석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행적을 당일 보도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북한의 방송이나 통신은 김 위원장의 지방 순시 소식을 전할 경우에는 일정이 모두 끝난 뒤에 보도하되 날짜를 언급하지 않는 관행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중국의 당과 정부, 인민은 새 세기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된 완전 무결한 공장을 넘겨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가장 진실하고 동지적인 이 귀중한 협조에 대해 우리 인민은 언제나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북한 매체들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날 러시아 정부 대표단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 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를 접견하고 양국간 경제협력 및 6자회담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 위원장은 풀리코프스키 대표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쿠릴로프 러시아원동국립대학(국립극동대학) 총장으로부터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또 9일 오후에는 평양 릉라도 5.1 경기장에서 열린 당 창건 60돌 기념 중앙보고대회 및 아리랑 공연 관람에 참석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당창건 기념 중앙보고대회 자체가 97년 이후 8년만에 열린 것이기도 했지만 김 위원장이 당창건 중앙보고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는 보고대회가 끝난 뒤 당.국가.군대 수뇌부 및 우이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비롯한 외국 정부 및 정당 대표단 등과 함께 아리랑 공연까지 지켜봤다.

김 위원장은 10일 오전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당창건 60돌 기념 열병식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2000년 55주년 행사 이후 5년만에 열린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이 건강한 모습으로 주석단에 서서 열병식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잡히기도 했지만 육성은 방송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 북한 당.정.군 고위간부들, 서만술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의장, 방북 중인 우이(吳儀) 중국 국무원 부총리,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 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 등이 주석단(귀빈석)에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에는 김일성 광장에서 청년.학생들의 야회(夜會) 및 횃불행진도 지켜봤다. 하지만 당창건 60돌 기념 경축 연회에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외신은 9일 메가와티 수카르노푸르티 전(前)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0일부터 5일 간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지만 북한 매체들은 그의 도착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