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생명 위협’ 느껴야 핵포기”

▲ 김희상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 ⓒ조선일보

북한은 핵실험 이후 전면적인 도발행위 가능성은 적지만 핵을 배경으로 ‘간접침략’ 행위를 강화하며 남한에 대한 간섭행위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는 26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북한은 남한을 핵인질로 삼고 협박과 간섭행위를 자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남한에 국가보안법 폐기나 남한 내 친북세력들의 활동영역을 넓혀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며 “남한에서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럼 전쟁하자는 것이냐’면서 남한을 협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육군 중장 출신으로 수도기계화 사단장과 국방대 총장을 역임하고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도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안보정책에 깊이 관여한 바 있는 그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완전히 배제한 경제제재 등의 비군사적 제재 논의만으론 북핵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군사적 제재만으로는 북한이 90년대 중반 겪었던 심각한 경제사정보다 더 나쁜 경제상황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며 “북한은 그렇게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핵무기를 만들었다. 비군사적 제재만 한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일, 생명이나 체제붕괴 위협 느껴야 핵포기 가능”

김 교수는 “김정일이 핵을 포기하려면 자신이 죽거나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며 “수백만의 인민이 굶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개발해왔는데 이를 쉽게 포기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화만으로는 절대로 (북핵문제를)해결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대화가 부족해서, 또 ‘햇볕’이 부족해 (북한이) 핵개발을 한 것이 아니다. 대화만 하자는 것은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해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참여 논란에 대해 “PSI는 전세계가 같이 하는 것”이라며 “실행과정에서 무력충돌 등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전세계가 함께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무력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PSI를 참여한다고 해서 당장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며 “북한이 그렇게 협박한다고 해서 계속 끌려 다니면 우리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대북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한 것에 대해 “햇볕정책 결과가 이렇게 됐으면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한다”면서 “미래에 우리 후세들이 북한의 인질이 되어 비참하게 살게 하지 않으려면 정신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심각한 안보위기에 처해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해야 하며 북한과의 공조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힐책했다.

김희상 교수는 야전과 정책 분야를 두루 거친 군사전략통으로 특히 대북문제에 조예가 깊다는 평을 들어왔다. 1968년 육사(24기)를 졸업한 뒤 서울대 외교학과와 육군대학을 거쳐 미 육군대학원과 미 십펜스버그대학원 공공행정학과를 졸업하는 등 군내 드문 학구파로 ‘장군선생’으로 통한다. ‘21세기 국가안보’ 등 저서도 다수.

[김희상 前 청와대 국방보좌관 인터뷰 전문]

-북한이 이 시점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이고, 북한이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으려는 것은 무엇인가?

북한이 핵실험 한 이유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이 많이 있는데, 북한은 50년대 말부터 핵개발을 시작했다. 특히 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물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도 함께 개발했다. 북한이 핵개발을 한 이유에 대해 단순히 체제유지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 북한의 체제위기라고 하는 것은 미국의 위협 때문이 아니라 북한 김정일 정권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 때문이다.

그런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도 이런 것도 만들었다고 선전하고, 김정일 정권이 강성대국을 내세우니 핵이 하나의 상징으로서 인민들에게 자긍심과 심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체제유지만을 목적으로 해서 개발했다고 하는 것은 핵개발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험과 부담이 너무 크다. 국제적인 금기 사항을 어김으로 해서 입는 피해가 크다는 것을 그들도 알 텐데 굳이 만들었다는 것은 단순히 체제유지를 위한 개발은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어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을 자처하는 김명철 조미평화센터소장이 얼마 전에 우리 언론에 나와 “핵실험은 미국과 대화 위해서가 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핵개발 하기 위해서 자연스런 순서로 핵실험 한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목적은 김정일의 꿈이 한반도의 민족통일, 즉 적화통일이기 때문에 통일의 원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그들이 확인까지 해줬는데 굳이 우리가 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버렸는데 앞으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폐기를 위해 남한과 국제사회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북한에 대해 비군사적 제재만 하는데, 이런 비군사적 제재만으로는 북한이 90년대 중반에 겪었던 심각한 경제사정보다 더 나쁜 경제 상황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그러한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핵무기를 만들었다. 비군사적 제재만 이야기 한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김정일이 핵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내가 죽거나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군사적 제제는 제외하고 경제제재 등 비군사적 제재 카드만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김정일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경제제재도 북한체제가 위험해질 때까지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주변 각국의 입장이 다르니까 현재의 제재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김정일은 수백만 인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개발해왔는데 이를 쉽게 포기하려 하겠나?

-일각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이 양자대화를 나서지 않는 이유는 과거에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이 결과적으로 효과가 없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클린턴 정부시절에는 북한에 핵무기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클린턴 정부 시절에도 줄곧 핵개발을 해왔다.

이렇기 때문에 양자대화는 북한에 또 기회만 주고 나중에 똑같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다자대화를 고집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속해야 북한이 약속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또 6자회담 내에서도 충분히 미국은 양자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번 핵실험으로 사실상 핵보유국이 돼버렸다. 이로 인해 남북간의 군사력의 균형이 깨지고 심각한 비대칭 상황이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북한의 대남전술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데,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일단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는 힘들다. 그리고 당장 한미군사동맹이 있기 때문에 전면도발 가능성은 적지만, 간접 침략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핵을 배경으로 하면 훨씬 위협이 커질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이고 우리는 핵이 없다고 하면 국내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간섭을 하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을 폐기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남한 내 친북세력들의 활동영역을 넓혀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간섭하려 할 것이고, 남한에서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럼 전쟁하자는 것이냐’고 협박할 것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에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군사제재는 완전히 배제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만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법으로 북핵문제 해결이 가능하나?

대화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지금까지 대화가 부족해서 아니면 햇볕이 부족해 북한이 핵개발 한 것이 아니다. 대화하자는 것은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해 주는 것과 다름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버티기 작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한국은 핵을 보유한 북한과 함께 공존할 수 있다고 보는가?

공존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몇 백만이 굶어 죽어가면서도 핵무기를 만들어냈는데 그런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북한이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살아남을 길은 하나밖에 없다. 지금 김정일은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심하고 체제유지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인데 이에 대한 극복 방법은 적화통일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김정일은 핵무기를 활용하려 할 것이다. 우리를 향해 ‘간접 침략’ 전술이 확대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핵이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것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사실은 우리가 적극 나서서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 내야하는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호한 의지가 없이는 안 된다. 미국도 나름대로 가능한 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겠지만 확산방지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전략을 유지하도록 우리가 적극 협조해야 한다.

-PSI 참여를 놓고 논란이 많다. 정부-여당에서는 PSI에 참여하면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참여를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력충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연평해전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전면전으로 확산이 안 된 것은 우리도 부담이지만 북한에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국지전도 마음대로 대응하기 힘들 것이다. 또 PSI는 전세계가 같이 하는 것이다. 실행과정에서 무력충돌 등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가 함께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무력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

그리고 PSI에 참여하는 것이 당장 분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그렇게 협박한다고 해서 계속 끌려 다니면 다른 도리가 없다. 우리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 할 수 없게 된다. 깡패가 협박한다고 계속 끌려 다니면 영원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영원한 북한의 핵인질이 안되려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우리가 PSI에 참여해 설사 국지전이 일어난다고 해서 안보 전체에 문제가 확산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럴 것이다’라고 단정 지으면 패배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핵심은 북핵을 허용할 것인지, 그래서 인질이 될 것인지,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에 계속 끌려 다닐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뿐 아니라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햇볕정책 결과가 이렇게 됐으면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우선 어떻게 해서든지 북핵을 포기시켜야 한다. 미래에 우리 후세들이 북의 인질이 되어 비참하게 살게 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도와주려고 할 때 우리가 이에 대해 발목을 잡는 것은 곤란하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우리정부가 미국에게 ‘핵우산’보다 강화된 표현을 써달라고 요구했는데 미국에서는 ‘핵우산’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소에는 햇볕정책이다 뭐다 하면서 북핵을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다가 이제 와서 핵우산을 씌워달라고 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진짜인지 의문이 갈 것이다.

우리는 지금 심각한 안보위기에 처해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북한과의 공조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