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說’의 미스터리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訪中)설이 지난달 23일 데일리NK와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국내외 언론이 방중 여부를 두고 비상한 관심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김정일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중국 외교부는 방중설과 관련,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 “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방문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고 31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러나 발언 당국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정부는 북한의 수재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해 식량과 식품, 디젤유, 의약품 등을 제공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중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유화조치에 주변의 이목이 집중됐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북-중 간 모종의 거래가 있거나, 김정일 방중에 앞서 중국이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30일에는 김정일의 특별열차가 중국 단둥을 통과했다는 첩보가 정보당국에 입수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30일 김 위원장이 중국의 대북 금융제재 동참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을 방문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일의 방중설이 대두된 데는 정세적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북-중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 징후까지 감지되자 양국 지도부간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또, 김정일은 해외방문에 나설 때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 방문을 하고 그 이후에야 사실을 공개하는 특징이 있다. 김정일은 80년대 이후 총 다섯 번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지만 이 사실이 사전에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처럼 해외방문을 비밀에 부치는 특성 때문에 김정일의 해외 방문설이 나오면 언론은 현지 외교소식통이나 정보관계자에 의존해 추측성 보도를 내놓게 된다. 물론 올해 초 김정일의 중국 방문은 일본 언론의 끈질긴 추적 끝에 사실로 확인됐다.

1일 현재까지 김정일의 행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매체에서 30일 김정일의 군부대 방문기사가 나왔으나 이 역시 김정일의 동선(動線)을 밝히지 않는 매체의 특성상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따라서 김정일은 예상을 뒤엎고 열차가 아닌 다른 이동수단을 통해 짧은 방중 일정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고, 중국 외교부 당국자의 말처럼 방중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인된 정보는 아직 없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언론을 통해 방중 사실이 사전에 밝혀진 상황에서 김정일의 스타일로 볼 때 주변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린 다음, 방중 시기를 다시 조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