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中 국방장관 안 만나준 세 가지 이유

▲ 차오강촨(曺剛川) 중국 국방부장이 김영남과 기념촬영을 했다.

▲ 차오강촨(曺剛川) 중국 국방부장이 김영남과 기념촬영을 했다.

7일자 노동신문은 차오강촨(曺剛川)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2박3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6일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조강천 동지께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 동지에게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 보내는 호금도(胡錦濤)동지와 오방국(吳邦國) 동지의 친근한 인사를 전하여 드릴 것을 부탁하였다”고 전해 김정일과의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오 부장의 방북 기간동안 ‘최고사령관’으로 북한의 군 통수권자인 김정일과 형식적인 ‘예방(禮訪)조차도 없었다는 사실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초 김정일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 밀착관계가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중국군 수뇌의 방북이 여론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온 데 비하면 기대 이하라는 느낌이다.

차오 부장의 방북 이전 세계 언론은 한미전시증원연습(RSOI)과 독수리훈련을 계기로 미북간 군사적 긴장상태가 고조된 분위기에서 차오 부장이 방북해 동북아 대결균형과 북중간 군사협력을 위한 무엇인가를 만들 것으로 추측했다.

김정일이 지난해 2월 방북했던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 7월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 10월 우이(吳儀) 국무원 부총리 등을 차례로 만나면서도 차오부장과 같은 군 수뇌를 만나지 않았다는 점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북중 밀착’ 의식했을 수도

◆ 첫째, 미국을 의식한 행동으로 분석된다. 김정일이 중국 국방부장을 직접 만날 경우, 북한이 중국과 군사협력을 본격적으로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던져줄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대북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위폐, 마약 사건 이후 김정일이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 둘째, 중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듯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중국은 힘이 빠진 김정일을 외교적,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면서 핵문제를 풀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데, 김정일이 여기에 순순히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중국에 보여준 것이다. 차오 부장의 방북 기간동안 군사우선주의 노선을 중국에게도 보여주기 위해 노동신문에 연일 김정일의 군부대 방문 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 의전상 ‘격(格)’에 맞지 않는 점도 있다. 차오 부장을 비행장에서 마중한 사람은 인민무력성 부부장 김정각 대장이다. 차오 부장의 중국인민해방군 계급이 상장이라는 점에서 북한군 대장격에 어울린다고 보았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원수나 차수도 수두룩하니 차수인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을 만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까지 만나고 가면 의전상 족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군부대 시찰’ 때문에 中국방 못만났다?

노동신문은 차오 부장의 방북 기간 김정일이 북한군 821군부대와 292군부대 예하 여성군부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이렇게 미리 계획된 군부대 시찰때문에 차오강촨 부장을 만나지 않았다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 만나지 못했다는 것은 타당치 않다. 방문한 군부대 위치가 아무리 전방에 있다해도, 강원도라고 할지라도 한나절이면 평양에 들어올 수 있다. 김정일 본인이 직접 가지 않더라도, 과거 현대그룹과의 협상과정 등에서 보여주었듯 김정일은 밤중에도 숙소를 찾아가거나 인근 특각에서 만나는 등 ‘꼭 필요하다면’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었다. 이번에 차오 부장에게는 이런 파격까지 베풀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덧붙여, 노동신문이 김정일의 군부대방문 날짜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관례로 보아 과연 그 날짜에 군부대를 정말 방문했는지도 의문이다. 김정일은 자기의 행적을 비밀에 부치기 위해 군부대방문 날짜를 일절 공개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으며, 노동신문 편집자는 수개월 혹은 그 이전에 방문한 사실을 시기를 봐서 적당하게 보도하고 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