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후 북송 탈북민 처벌 강화…구금시설 환경 열악”

NKDB, 北인권백서 통해 실태 폭로...통일부에 일방적 조사 중단 철회 촉구하기도

nkdb 기자회견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이 16일 단체 사무실에서 북한인권실태조사 중단 방침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북한인권정보센터 유튜브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북송 탈북민의 처벌이 강화됐으며 구금시설 내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16일 공개한 ‘2020 북한인권백서’를 통해 “김정은 시대 이후 북송된 탈북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처벌 강도가 높아졌다”면서 “이 때문에 구금 시설 내 환경이 열악해졌다”고 평가했다.

백서는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0년대가 2000년대에 비해 생명권,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노동권, 재산권 침해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많이 발생했다”며 “특히, 정권안정, 사회질서 및 치안 유지를 위해 비공개 처형 등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생명권 침해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2014년 탈북했다 국가보위성에서 구금됐던 탈북민 A 씨는 “비법(불법)으로 중국 국경을 넘었다가 잡혀 적선(간첩) 물을 먹지 않았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며 “보위부에서 들어갔을 때는 알몸조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A 씨는 또 “여자 보위원이 옷 다 벗기고 돌아 앉으라 한 후 자궁에 돈을 훔쳐(숨겨) 오지 않았는지를 조사했다”며 “식사는 통강냉이를 삶아서 그 위에 소금물을 부어서 먹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 B 씨는 “2014년 보위부 구류장에 수도(水道)가 없었다”며 “(수감된 후) 28일 동안 이빨 한 번을 못 닦고 세수 한 번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B 씨는 “물을 길어 오는 것은 계호(간수)들이 했다”며 “그런데 함께 있던 여자 하나가 (몰래) 세수를 했다는 이유로 구둣발로 차여 온몸이 푸릇푸릇하게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백서에는 공개처형과 수감시설 내 고문, 적정치료, 음식 제공 거부로 인한 사망한 사례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이 수록돼 있다.

2017년 노동단련대에 갇혔던 탈북자 C 씨는 백서에 “당시 단련대 수인 50여 명, 교화생 수인 및 안전원 50여 명이 함께 공개처형을 봤다”면서 “교화소를 탈출해 먹을 것을 훔치다 잡힌 사람에게 4~5발의 총을 쏴 처형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백서는 과거와 비교해 인권이 일부 개선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백서는 “2000년대 이후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 교육권, 건강권이 개선되고 있다”며 “이는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국제인권 A 규약) 분야에서 상당한 인권개선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백서는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이주 및 주거권, 재생산권과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에 대한 사건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국제인권 B 규약)는 여전히 심각한 침해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백서는 2010년 이후 생명권,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노동권, 재산권 침해는 2000년대에 비해 각각 4.7%, 2.8%, 2%, 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백서는 4만 8천여 명의 인물과 7만 8천여 건의 사건을 조사해 작성됐다.

북한인권정보센터 홈페이지 메인 화면. /사진=홈피 캡처
“통일부, 지난 3월 북한인권 실태조사 일방 중단…향후 백서 발간 중단 위기”

한편, NKDB는 통일부가 올해 3월 들어 20여 년 째 계속해온 북한인권 실태조사를 중단시켜 향후 백서 발간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인권 문제가 북한 정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 중 하나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고의로 이 같은 행동을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NKDB는 이날 단체 사무실에서 열린 ‘통일부의 민간단체 북한인권 실태조사 중단 방침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통일부가 3월 NKDB의 북한인권 실태조사에 대한 전면적인 협조 중단 조치를 통보했다”며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탄압이 강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NKDB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근 통일부가 북한인권·탈북민 단체들을 대상으로 사무 검사를 강행해 민간영역의 북한인권 개선 활동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며 “통일부의 북한인권 실태조사 협조 중단 방침 역시 이 같은 일련의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권이 가장 민감하게 여길 ‘북한인권 기록’을 사실상 정부가 독점하고 통제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 NKDB의 주장이다.

윤여상 NKDB 소장은 “북한인권 실태 조사는 정부와 민간이 조사한 내용을 상호 검증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통일부가 북한인권 실태 조사가 즉시 재개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