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남북, 북미 회담 전 友軍 확보 큰 그림”

김정은이 북한의 지도자가 된 후 처음으로 외교무대에 나섰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방중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방중의 의도는 무엇이며 향후 국제정세에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됩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 나오셨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진행 :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초 데일리NK를 통해 단둥역 부근이 전면 통제됐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최고위급 인사의 중국 방문이 예측됐었는데요. 과연 누구일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김정은이 직접 방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남 : 말씀하신 것처럼 데일리NK가 단둥역 통제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나요? 거기서부터 북한의 최고위급, 최고 지도자의 방중 가능성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1호 열차의 움직임, 그리고 중국 당국의 파격적인 의전을 봤을 때, 개인적으로 김정은의 방중이 아닌가 추측했었죠. 그렇지 않고 일부에서는 김여정의 방중 가능성, 최룡해, 김영남이 이야기 되어졌는데, 그날 여러 움직임을 봐서는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만이 움직일 수 있는 행보였습니다. 과거 김정일이 방중했을 때와 유사한 모습이었죠. 당연히 김정은의 방중으로 예상하고, 결과적으로도 그렇게 확인이 됐습니다.

진행 :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의 초청 형식을 취했지만, 김정은은 오찬 연설에서 “이번에 우리의 전격적인 방문 제의를 쾌히 수락해주시고…”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북한이 직접 요청해서 면담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남 :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김정은이 지도자로 등장한 이후 중국과 관계가 경색됐었죠. 김정은이 핵실험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 대북 제재에 동참 했습니다. 또, 공교롭게도 시진핑이 중요한 기간일 때 항상 김정은이 도발을 해서 양국 사이가 갈등이 많았죠. 이번에 김정은이 요청했다는 이야기는 북한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5월에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전에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한 후 미국과 대화, 협상에 응하겠다’는 필요성에 의해 나온 것입니다. 김정은이 자세를 낮춰 중국 방문에 요청을 하여 시진핑이 응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진행 : 최근 한반도의 정세전환과 관련된 대부분의 움직임이 북한의 선제의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남 :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북한의 큰 그림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남북 정상회담 이후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더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파격적인 것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제의한 이후 북중 정상회담을 했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행동 능력 향상을 바탕으로 외교적 그림을 크게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 동북아 정세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처럼 파격적입니다. 그런데 이번 중국 방문은 이러한 생각을 전제하더라도 일정이 예상보다 앞당겨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전에 대북 특사단을 통해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빠르게 응해 5월에 회담이 잡힘으로써 북한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라진 것이 방중의 결정적인 이유가 아닌가 싶다.

크게 보면 북한이 핵 이후의 정세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 :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김정은은 이번 방중에 부인 리설주를 대동했고, 시진핑 주석과 함께 의장대의 사열도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정상외교의 모양샌데요. 북한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 : 국내적으로 ‘핵개발’에 관련해 주목할 부분이 작년 11월에 화성 15호 발사 이후에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점에서 남북 관계나 대외관계의 변화입니다. 북한은 이런 변화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정상국가로서 국제무대에서 활동을 하겠다’ ‘핵카드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의 이익을 확보하며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도입니다. 과거 김정일이 보여주지 않았던, 김일성이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는 국제사회로 진입하려하는 행위입니다.

김정은이 특사단을 통해 얘기한 ‘정상국가로서의 대우’는 방중 중에도 나타났습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정상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화면에서도 지도자로서 예의를 갖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필기를 하거나, 시진핑에게 예의를 갖춘 발언들 등의 모습을 통해 정상국가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 : 면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정치적 지지를 넘어 북한에 구체적인 약속을 했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는데요. 이를테면 미국이 북한에 군사 공격을 감행할 때를 대비한 안보 확약이나 군사 지원 약속 등이 제기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남 : 이 부분이 가장 핵심적이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갑니다.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김정은의 방중을 통해, 김정은의 입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와는 다른 부분입니다. 핵심적인 것은 미국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시켜 북한이 비핵화를 동시에 진행시키겠다는 의지가 나타납니다. 또 ‘행동 대 행동’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내용을 보면 과거와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은 선 비핵화, 완전한 핵 폐기를 요구합니다. 이 부분이 김정은의 방중 요점입니다. 향후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둘러싸고 북미 사이에 이견을 발견했을 경우 중국이 북한을 옹호해주는, 지지해주는 역할을 기대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군사적인 부분은 북미회담 이후에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회담에서 북한 편을 들어달라는 입장입니다. 중국도 북한과 같은 입장이기에 지원을 확인한 것입니다.

또 하나 만약의 경우, 실제 북한이 실시하는 한반도 비핵화에서 중국을 통해 미국에게 전달할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히든카드입니다. 비공식적으로 요구했을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진행 : 결국 김정은의 북중관계 복원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인데요. 향후 북중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 수 있겠습니까?

남 : 이번 김정은의 방중으로 인해 북중관계는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김정은 측근과 중국 사이 관계가 악화됐고 갈등이 있었지만, 북한이 유사시 믿을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기에 안전판으로 다시 한 번 관계를 맺은 것입니다. 서로가 재차 확인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양국의 이익이 현실 속에서 맞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중 관계는 협력적이고 호흡이 잘 맞습니다. 당면한 미국과의 협상을 볼 때 북중의 공조가 밀접하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협조 중인데 여기에서 차질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 중국으로서도 호재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실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한과 미국의 3자 구도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었는데요. 중국 내에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축소를 뜻하는 ‘차이나 패싱’ 우려가 커지고 있지 않았습니까?

남 : 말씀하신 것처럼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실질적인 이득은 중국이 확보했습니다. 순서상으로도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전에 북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졌습니다. 김정은이 지도자가 된 이후 처음 방문한 국가가 중국이었습니다. 북한에게 중국의 입지가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죠. 남, 북, 미 삼국 구도로 가다가 중국도 중요한 행위자로 등장하게 됐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후에 중국이 참여하는 흐름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 중국방문이 먼저 이루어져 중요한 역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차이나 패싱’은 없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 : 최근 급격한 해빙무드가 이어지던 중, 미국에서는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발탁돼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김정은도 이를 의식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남 : 상당히 의식했다고 봅니다. 미국 내 안보라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존 볼튼 뿐만 아니라 강경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만약 북한에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고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 입장에서 성과가 없다면 군사적 옵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져 김정은으로 하여금 중국협조를 구하게끔 한 것입니다. 외신에선 이를 두고 ‘보험을 들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결실이 없다면, 미국이 대북정책을 강하게 이끌어 나오면, 중국을 완충제로 해서 그 상황을 타개해 나가려고 하는 김정은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 : 김정은의 방중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남 :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과거와 바뀐 것이 없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 정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사를 두고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에 즉석에서 회담을 잡았는데, 미국에 전달한 ‘비핵화’에 대한 이야기와 차이가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이야기한 한반도 비핵화 내용 이외의 내용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올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가 미국에게 전달할 수 있는 비핵화 내용이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것과 맞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면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남북 회담에서는 비핵화를 강조하고 북미회담에서는 수용하는 입장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남북회담에서 이야기할리는 만무합니다. 남한은 다소 곤혹스러운 상황에 있는 겁니다.

진행 : 그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연기 발언을 했습니다.

남 : 돌출성 발언이라고 봅니다. 비핵화와 관련해서 한미 FTA를 연계시켰다는 겁니다. 남한 정부에 대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책임,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비핵화를 둘러싸고 한미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진행 : 한국 정부 역시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개입으로 북미 대화를 중재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 복잡해질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남 : 남북 특사단을 통해 중재역할을 했습니다. 김정은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비핵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확인한 후 남한 정부의 주도권이 약해졌습니다. 조금 전 이야기한 것처럼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가 타협할 수 있는 내용을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우리의 과제입니다. 그렇지 않고 만약 북한이 얘기하고 있는 비핵화, 시진핑이 이야기한 정도의 얘기가 나오면 남한의 주도권은 우리 기대와는 다르게 축소되어지고 약화되어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북미 회담에서 미국이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결국 최근에 상황에 대한 책임은 남한 정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갈림길에 서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