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께 보내는 림일의 편지] <39> 평양의 조선로동당 본부청사

지난 2011년 9월, 탈북문인 10여 명이 청와대에서 오찬을 했고 나는 거기서 <소설 김정일>을 대통령께 드려달라고 관계자에게 부탁했다. 이후 책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축전’이 왔고 나는 대통령의 축전을 받은 최초의 탈북민이 되었다. /사진=림일 작가 제공

김정은 위원장! 오늘은 특별히 공화국에서 ‘조선로동당 본부청사’로 불리는 당신의 집무실 이름(명칭)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지난 2018년 3월 6일 조선중앙통신사는 당신이 평양을 방문한 대한민국 대통령 특별사절단을 ‘조선로동당 본부청사’에서 접견했다고 보도하였죠. 그 이름이 세상에 공식 공개된 순간이기도 했죠.

그 이전까지 평양서 간부들과 인민들이 통상적으로 부르던 이름은 ‘조선로동당 1호 청사’이었고 공식적으로 대중매체에 표기된 적은 전혀 없었지요. 여하튼 두 이름 모두 평양시 중구역 창광동에 소재한 당신의 집무실을 지칭합니다.

제가 1996년 11월까지 평양시 중구역 창광동 근처의 외성동(33반 6층 43호)에서 살았답니다. 창광동에 있는 조선로동당 본부지역은 호위사령부(남한의 청와대경호실)의 완벽한 위수통제구역인데 그 안에 대략 10여 개의 사무동청사가 있지요. 경내 남문과 북문 사이의 거리가 1km 이상이며 여러 건물의 규모도 제법 크지요.

그중 한 개 청사가 당신 집무실인 ‘조선로동당 본부청사’인데 사실 ‘조선로동당 1호동 청사’ 혹은 ‘조선로동당 중앙청사’로 해야 정확하겠죠. 지금처럼 ‘조선로동당 본부청사’라면 본부 안의 10여 개 사무동청사 전체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 잘 아시겠지만 대한민국 서울에는 ‘청와대’, 미국 워싱턴에는 ‘백악관’이 있습니다. ‘청와대’는 “푸른 기와의 집”, ‘백악관’은 “흰색 벽체의 집”이라는 뜻이지요. 중국 베이징의 ‘조어대’(낚시터 국빈관)는 물론이고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러시아어로 성벽, 성체를 의미)궁’도 나름대로 뜻이 있는 이름이겠죠.

이렇듯 외국 정상들의 집무실 이름이 다소 간단하고 뜻이 있는데 비해 당신의 집무실 이름은 어떤가요? 단순히 “특정 기관의 어떤 건물”이라는 내용인 평양의 ‘조선로동당 본부청사’라는 이름은 다소 길고 너무 촌스러운 명칭입니다.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현재 수령(대통령)인 당신이 공화국을 방문하는 외국정상과 귀빈을 맞고 회담을 하며 해마다 신년사를 발표하는 장소인 평양의 집무실 ‘조선로동당 본부청사’라는 이름을 ‘승리관’(勝利館, VICTORY HOUSE)으로 개명하면 어떨까요.

현재 당신의 집무실과 가까이 있는 지하철역 이름이 ‘승리역’이고 그 주변의 유명한 김일성광장이 바로 ‘승리거리’에 있습니다. 공화국 최대 자동차제조공장의 이름도 ‘승리’이고 거짓이지만 과거 6·25전쟁도 공화국이 ‘승리’한 전쟁이죠. 이처럼 흔히 쓰는 명사인 ‘승리’를 당신 집무실에 붙이는 것은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소설 김정일>의 작가인 제가 특별히 제안하는 당신 집무실의 새 이름 ‘승리관’! 그 뜻을 해설하면 공화국 최고지도자인 당신이 “하늘 같은 2천만 인민의 행복과 공화국의 번영을 위한 영예로운 혁명을 승리에로 이끌라”는 의미이죠.

김정은 위원장! 꼭 승리자가 되시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낙후한 공화국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전심을 기울여 커다란 성과를 거두시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문제의 핵부터 포기해야겠죠. 당신의 현명한 선택, 핵 포기 결단이 부디 평양의 ‘승리관’에서 발표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1년 3월 22일 – 서울에서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