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8일간 中방문…고위인사 접촉”

김정일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는 3남 김정운이 중국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외교·정보·군소식통을 인용, 김정운이 지난 10일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 겸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등 북한의 고위 인사들과 동행, 극비리에 비행기편으로 베이징에 방문해 중국 고위 인사들과 만났다고 전했다.

신문은 방중 기간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면담했는지 여부는 불명확하지만, 김정운이 시진핑 국가부주석,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회동했다고 김정운의 중국 체류 일정에 관여한 관계자 말을 전했다.

신문은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 “김정운은 자신의 힘으로 중국의 지도자급 인사들을 만나기에는 너무 어리기 때문에 장성택 부장을 비롯, 북한의 고위 인사들이 그를 수행했다”고 전했다.

이들 회동의 초점은 북한의 핵 보유 의지·핵실험 문제였고, 중국의 채무 탕감·대북 에너지 원조 등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김정운이 중국을 방문한 주요 목적으로 북한 권력 승계자로서 정통성을 구축하고, 북한에서 안정적인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부각시켜 중국으로부터 지지 확보와 대중 외교적 경험을 쌓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함께 전했다.

김정운 일행은 17일까지 중국에 체류하면서 광저우, 상하이, 다롄 등을 차례로 들렀다며 지난 2006년 1월 김정일의 중국 공식방문 일정과 동일하다고 신문을 설명했다. 김정운은 방중 기간 일반인의 투숙이 제한된 중국 군부의 안가 호텔에서 묵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은 김정운 방문설을 공식적으로 전면 부인하고 있다. 우다웨이 중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25일 일본 언론의 김정운 방문설에 대해 “김정운은 한번도 중국에 온 적이 없다”면서 “전혀 사실이 아닌 이야기로, 어떻게 그런 기사가 나올 수 있는가”라고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

이에 앞서 친강 외교부 부대변인도 18일 정례기자회견에서 “보도된 것과 같은 상황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007 소설과 같은 얘기”라고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