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정상회담 제의 ‘돈’ 때문이라 거절”


제 6공화국 시절 남북 정상(頂上)회담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북한 측의 여건이 덜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9일 출간한 회고록을 통해 재임 기간 남북관계 비화를 소개하면서 김일성이 자신에게 1992년 단 한차례 정상회담 의지를 밝혔지만 회담 제의 배경이 돈과 관련됐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제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일성은 단 한번 나를 북한에 초청한 적이 있었다”면서 “1992년 봄 윤기복(尹基福·2003년 사망) 조평통 위원장이 김일성의 특사로 친서와 초청장을 갖고 서울에 왔는데 초청 시기가 김일성의 생일과 맞물려 있었다”고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전에도 김일성에게 정상회담 제안을 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김일성은 실익을 추구하는 의도를 가졌지만 실제 상황이 그렇지 못하자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하자’는 원칙만 동의하면서 (회담 거부에 대한) 자꾸 핑계를 대왔다”며 김일성의 정상회담을 제의한 뒷 배경에 대한 의문을 가졌음을 시사했다. 


이어 “게다가 북한 측 비밀창구 역할을 해온 박철언(朴哲彦) 체육청소년부 장관의 이야기로는 김일성의 초청이 ‘돈’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나는 정상회담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모양새가 너무 나쁘다고 판단해 초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이 명분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모양새를 구겨 가면서까지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에 4억 5천만 달러를 송금하고 그 대가로 정상회담을 개최한 사실과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