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도당 책임비서 욕설하는 70代 할머니…무슨 사연이?

지난해 가을 낟알털기(탈곡) 작업을 진행 중인 평안남도 숙천군의 모습. 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한 할머니가 길거리에서 도당 책임비서를 대놓고 비난을 지속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로 떠올랐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23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일경부터 함흥시에서 김 모(女‧70대) 씨가 길거리에서 도당책임 비서를 비롯한 도당과 시당의 간부들을 도당과 시당의 간부들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상소리를 내뱉는다고 한다.

일단 김 씨가 노상 욕설을 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김 씨는 고령인데도 12, 15세의 손주를 혼자 부양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손주들에 밥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할머니는 구역당과 시당을 찾아가 식량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고, 이에 그는 도당 책임비서를 찾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우리의 도지사격인 인물을 면담하기로 했다는 것으로, 실제로 그는 도당위원회에 지난달 11일부터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었다.

즉 도당 책임비서를 만나게 해달라고 도당 접수에 찾아가 사정하고, 도당 보위대에도 부탁했으나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북한의 특성상 일반 주민들이 당 책임비서를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 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이달 초에야 도당 책임비서를 만났다고 한다. 20여 일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된 셈이다.

도당 책임비서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당만 믿고 당의 방침과 지시대로만 살아왔는데 당장 먹을 식량이 없다” “손주들이 굶어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 한다” “이처럼 어려울 때 당이 아니면 누가 해결해 주겠는가”며 눈물로 하소연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도당 책임비서는 “당에서 책임지고 해결해 줄 테니 안심하고 집에 가서 기다리라”면서 김 씨를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건 문제 해결이 아닌 인민반장과 동사무장의 꾸지람뿐이었다. “왜 도당에까지 찾아가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냐”는 것이다.

이에 김 씨는 시내를 다니면서 “당 간부들은 사기꾼 놈들이다. 사람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도 콧방귀도 안 뀐다” “이런 XX들이 무슨 인민의 심부름꾼이냐”는 식으로 고함을 지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도 책임자가 약속했는데 아랫 단위 간부가 질책하자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 아니겠냐”면서 “아무리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걸고 있지만, 도 최고권위자의 영상(이미지)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김 씨는 엄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