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철수에 김양건 내세운 건 대화 신호?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 철수 조치라는 ‘초강수’를 김양건 당 대남담당 비서를 내세워 처리한 저의는 무엇일까? 북한은 이날 ‘김양건 당 중앙위원회 비서 담화’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북측)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고 밝혔다. 국가경제에 비중이 작지 않은 공단 철수를 당 중앙위 비서 개인 명의로 발표한 것이다.


그동안 남북대화 창구 역할을 맡아왔던 인물을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등장시키자 남측에서는 대화 신호라는 등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대화 신호라는 해석도 있지만, 상당기간 남북관계를 긴장상태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오전 김양건이 개성공단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만해도 출입 제한으로 긴장이 고조된 공단 상황에 유화적인 조치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대체적이었다. 그동안 개성공단의 분쟁 시마다 훼방꾼 역할을 한 군부 인물이 아닌 남북대화 주무 부서 인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11월 개성공단 현지 실태 점검도 국방위원회 이름으로 진행됐고, 그해 남북 간 육로 통행 제한, 개성공단 체류 인원을 제한했던 이른바 12·1조치를 설명할 때는 당시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이던 김영철 현 정찰총국장이 나섰다.


반면 김양건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단으로 서울에 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했고 임태희 전 노동부 장관과 정상회담 개최를 직접 논의하는 등 대화에 익숙한 인물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에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김양건의 등장을 의외라고만 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이 고위급 당 인사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개성공단뿐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에서 돌파구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유 교수는 이어 “북한이 이번 내용을 평양 발표로 처리하지 않고, 개성공단을 직접 방문하는 절차를 거쳐 내놓은 점에서도 북한의 이런 의도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책임 있는 고위급 대화를 갖고 싶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김양건의 등장을 대화로 해석한다고 해도 결국 남측의 항복문서를 받아내겠다는 것이 아니겠냐”라면서 “개성공단이 평양 대사관 철수, 동해 미사일 발사 등과 함께 긴장 고조의 지렛대로 사용되고 있는 조건에서 김양건의 등장을 대화 의도로만 보는 것은 너무 순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