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층 길들이는 김정은式 ‘공포정치’ 지속…간부들 ‘쩔쩔’

[김정은 집권 10년⑥] ‘간부혁명’ 언급하며 실력·충실성 검증… "살아남자면 허위 보고할 수밖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점검했다고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이 발생했다”면서 간부들을 질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 차에도 ‘공포정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책벌과 인사조치를 통한 간부 길들이기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위급 간부들을 해임하거나 처형하는 공포정치를 통해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해온 김 위원장은 올해에도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당·정·군 최고위급 간부들을 가차 없이 교체하며 내부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통치 방식을 활용했다.

실제 핵심기구인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까지 오르며 핵심 인물로 부상했던 리병철이 올해 6월 국가 비상방역과 관련한 ‘중대사건’으로 실각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북한 내부적으로 비상방역 사업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안일하게 대처하거나 태만한 발언과 행동을 한 각급 비상방역지휘부의 책임일꾼들이 대거 교체됐고, 현재까지도 하부 말단 단위의 지도일꾼들이 교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올해가 장성택이 처형된 지 8년째라 그런지 재수 없는 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간부들은 공포정치의 서막을 올린 장성택과 숫자 ‘8’을 불운으로 여기는 미신까지 소환해가며 몰아치는 칼바람에 대한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이 이렇듯 간부들에게 책임을 물어 강하게 문책하는 것은 흐트러진 내부 기강을 다잡으면서 현시기 중대 과업인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건설에서의 성과를 도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인 올해 막중한 임무를 띤 경제부장(김두일)을 한 달 만에 교체한 것도, 비상방역 상황에서 벌어진 중대사건에 군 수뇌부(리병철, 김정관 등)를 줄줄이 문책하고 보건 분야를 총괄하던 과학교육부장(최상건)을 경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간부혁명’ 언급한 김정은…간부들 다그치는 사상사업 전개

최근 통일부는 북한의 주요 기관, 인물에 대한 정보를 담은 2021년 ‘북한 기관별 인명록’과 ‘북한 주요 인물정보’를 발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년간의 북한의 인사 흐름과 관련해 “이전에 비해 실무능력이나 전문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관찰되고, 인사조치를 일종의 상벌체계로 활용하는 경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분야별로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 발탁이 꾸준히 있어 왔고 세대교체도 이뤄지고 있으며, 당 결정이나 지시를 이행하고 관철시키도록 하기 위해 인사조치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장성택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장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앞서 북한은 지난 6월 말 ‘당과 국가의 중요 정책적 과업 실행에서 나타난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 태만 행위를 엄중히 취급하고 전당적으로 간부혁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 회의를 지도한 김 위원장은 “지금이야말로 첨예하게 제기되는 경제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면서 “우리 당이 자기 발전의 전 행정에서 시종일관 중시하고 추진해 온 간부혁명은 우리 혁명의 현 국면에 맞게 더욱 강도 높이, 선차적으로 심화시켜나가야 할 전당적인 중대과업”이라고 말했다.

이후 북한은 ‘간부혁명을 일으키는 것, 바로 여기에 사회주의 건설에서 실제적인 변화, 실질적인 전진을 이룩할 수 있는 근본 방도가 있다’(7월 10일자 노동신문 1면 논설), ‘각급 당 조직들은 간부혁명을 일으킬 데 대한 당중앙의 뜻대로 일군 대렬을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정신과 인민적 품성의 소유자들로 튼튼히 꾸리고 그들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8월 2일자 노동신문 1면 사설)면서 사상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당 정책 관철을 실력·충실성과 결부…간부들 “허위 보고 할 수밖에”

북한은 간부들에게 무책임한 사업 태도를 쇄신하고 해이한 정신상태를 바로잡을 것을 연신 주문하면서 당에 대한 충실성과 실력으로 과업을 수행하라고 책려하고 있다. 능력주의에 따른 인사조치로 간부 길들이기에 나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목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전염병으로 수입 수출이 막힌 지금의 실정에 안 맞는 비현실적인 계획과 과업이 계속 내려지고 있으나 살아남자면 이를 무조건 완수해야 해 통계를 조작하고 허위 보고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최우선 과업으로 꼽는 비상방역 문제에 있어 간부들이 관련 정책을 어떻게 집행·관철하고 있는지를 개개인의 실력과 충실성에 연결 지어 평가하고 있다.

소식통은 “현장 대응을 제대로 못 하거나, 실태를 있는 그대로 보고하지 않거나, 분기마다 비상방역 계획이 똑같으면 직무 태만이라고 모가지를 뗀다”며 “그나마 나은 게 철직돼 노동자로 가는 것이고 잘못되면 산골로 추방되거나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가기도 하니 간부들은 비상방역지휘부 지도성원으로 뽑혀가는 것을 꺼려한다”고 했다.

한편,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이 간부혁명을 언급한 이후 전체 당·행정·군·사법·특수기관 간부들을 대상으로 타자 등 초보적인 컴퓨터 능력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북한은 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노(老)간부들을 ‘현대화를 지도하는 간부로서 자격이 없다’며 인사 조치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로간부들은 젊은 지도자를 따라가기 숨차다고 말하며 힘들어했고, 4~50대 젊은 간부들은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있던 로간부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고 통쾌해하는가 하면 저것이 우리의 미래라면서 벌써부터 한숨을 쉬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