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기술자 김정일

고문(拷問)은 사람을 완전히 파괴시킨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생각해 보라. 홍두깨를 항문에 박아 그것을 입으로 나오게 한다면 당신은 어떤 존재가 될 것 같은가? 그러고서도 여전히 이탈리아 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앙트레, 해물 수프, 안심구이, 파스타, 디저트를 먹을 때의 당신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이건 지어낸 상상이 아니라, 필자가 어느 전시회에서 본 중세기 고문 방식 중 하나다.


‘종교재판 의자(inquisitional chair), ‘뉴렘베르크의 처녀(maiden of Nuremberg)’ ‘쇠 목조르개(garrotte)’…이건 또 무슨 소린가? 중세기 이래 사용된 고문 도구들의 이름이다. 고춧가루 물고문, 전기고문은 다 알 것이고, 이런 고문을 한 번 받은 사람은 살아남는다 해도 나이 70을 넘겼는데도 자다가 외마딧 소리를 지르며 식은땀을 흘리곤 한다고 한다. 사람이 달라지는 것이다. 작년에 어느 법정에서, 35년 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한 한 70 노인의 증언이었다.


북한에 들어갔던 로버트 박(朴)이란 재미교포 청년이 너무나 달라진, 망가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보지 않았어도 뻔한 일이다. 증거를 대라고? 그의 달리진 모습 자체가 생생한 증거 아니고 뭔가? 상처 있으면 내보이라고? 로버트 박의 골병든 모습 자체가 상처 중의 상처 아니고 뭔가?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 오리발 같지도 않은 오리발일랑 집어치워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 귀하는 인권깨나 좋아하는 미국의 진보 리버럴인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귀하로서는 흑인들이 옛날에 목에 쇠고랑 차고 노예시장에서 팔릴 때를 생각하면 기가 막힐 것입니다. 그 기막힘 때문에 귀하는 백인들을 누르고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 기막힘이 오늘의 북한 땅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그런 김정일에 대해 귀하는 “핵(核)만 없애면 모든 걸 다 해주겠다”는 투로 말하고 있습니다. 정말 핵만 없애면 되는 겁니까? 핵만 없애면 고문을 아무리 해도 그런 정권들하고 샴페인을 터뜨릴 용의가 있다 이 말입니까? 김정일이 핵을 없앨 리도 만무하지만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지나친 요구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북한 인권에 대해 알고라도 있어달라는 것, 가끔씩 말이라도 한 마디 던져 달라는 정도입니다. 그렇게 안 하면 공화당의 키신저와 민주당의 귀하가 다른 점이 뭡니까?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대북 정책, 아직까지는 성급하게 시비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의석 가지고 북한 인권법안 하나 밀어붙이지 못한다면, 그거야 접시 물에 코 박을 감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