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직원억류 30일..경과와 전망

개성공단에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가 억류된지 28일로 30일째를 맞으면서 사태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안이 남북관계를 더 심각한 대립으로 몰고 갈 수도 있지만 조기에 해결될 경우 역으로 남북 대화의 모멘텀을 되살릴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30일간 접견조차 못해 = 북한은 지난달 30일 체제비난, 여성 종업원에 대한 탈북책동 등 혐의를 걸어 개성공단 안에서 유씨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날 남측에 조사개시 사실을 통보한 이후 북한은 30일이 지난 이날까지 변호인 입회, 접견 등을 일체 허용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에 유씨 상황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으며 언론을 통해 억류 사실을 보도하지도 않고 있다. 유씨에게 옷가지 등 생필품과 가족의 편지를 전하도록 해준 것이 전부다.

이는 지난 달 17일 불법입경 등 혐의로 북에 체포된 미국인 여기자 2명에 대한 태도와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북한은 주북 스웨덴대사관 측이 미국 정부를 대신해 여기자들을 면담하도록 해줬고 체포 사실을 나흘만에 보도했다. 아울러 체포 2주만에 기소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데 이어 지난 24일 기소 결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 유씨의 생사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8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한달째 왜 이 사람이 붙잡혀 있는지, 왜 조사받는지 정부는 전혀 설명을 들은 바 없으며 접견 및 변호인 조력도 제공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는 유씨 사건을 `부당한 억류’로 규정, 중국 등 북한에 공관을 둔 나라들을 통해 외교적 해결을 도모하는 한편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채널을 활용, 북에 사태의 조기 종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인도적 문제로 비화..남북합의 구멍 노출 = 사안이 인도주의적 문제로 비화하면서 국내 여론은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북한에 조기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6.15남측위는 지난 27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측 당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접견 허용과 관계자 협의를 통한 석방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개성공단 납치.억류 국민 석방운동’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북의 처사는 국제관계에 어긋나고 국제법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중략)..비인도적인, 반민족적인 행동”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남북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들며 유씨가 북한 사법 시스템에 의해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합의는 `조사받는 기간 기본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문구가 있을 뿐 어떤 것이 `기본적 권리’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더욱이 조사기간도 명시돼 있지 않은 탓에 북한의 `묻지마 조사’에 대해 규탄은 할지언정,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게 돼 있는 것이다.

◇향후 전망은 = 유씨 문제는 21일 개성접촉에 이어질 차기 남북대화와 사실상 연계되면서 남북관계의 중대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현 장관도 28일 “앞으로 협상에서 이 문제(억류직원문제)가 완전히 분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대북 협상과 유씨 문제가 연계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관건은 `북한이 사안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라는게 대체적인 견해다. 차기 남북대화가 전개되는 과정 또는 그 이전에 북한이 접견을 허용하거나 추방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등의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경우 남북대화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대로 북한이 유씨 문제를 현 상태로 계속 끌고 갈 경우 북한이 요구한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인상 등을 의제로 한 남북대화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남북관계는 더 악화될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도 남한 내 분위기상 개성공단과 관련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면 유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은 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다만 북이 향후 협상 과정에서 유씨 처분을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