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주민 “南기업 덕분에 그동안 호강…단전엔 조금 섭섭”

개성공단에서 한국기업들이 전격 철수한 이후 개성 주민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실제 단전(斷電) 조치가 이뤄지자, ‘암흑세상이 됐다’며 당국에 대한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개성공단 남측 기업인들 모두가 철수하자 공단근로자와 그 가족은 물론, 개성시민들도 몹시 아쉬워하고 있다”면서 “얼마 전까지 함께 일해 왔던 공단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서로 모여 앉기만 하면 흥겨웠던 그(가동)시기를 떠올리며 서운함을 금치 못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공단관계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 공단을 둘러보고 있지만, 대책에 대한 언급 없이 멍하니 바라보다가 돌아간다”며 “당 간부들은 이 모든 게 ‘남조선(한국) 괴뢰 탓’이라면서 떠들어 대지만 주민들은 돌아앉아 콧방귀만 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남조선 기업이 왜 철수했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개성 시민들은 ‘핵, 미사일로 항상 조마조마했었는데 끝내 터지고 말았다’고 분격해한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남조선 기업이 철수한 결과 남은 건 암흑천지뿐’이란 불만이 터져 나온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과 도, 시 당(黨) 책임간부들은 공단 노동자와 일반주민을 상대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대남선전을 벌이고 있지만, 별다른 선전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10년 남짓 남측 기업인들과의 접촉을 통해 축적된 호감 이미지가 당국의 선전선동으로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

소식통은 “공단근로자들과 가족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보장해줬던 남조선 기업주들을 고맙게 생각하며 잊지 못해한다”면서 “일반 주민들도 수돗물과 전기까지 끊기게 되자 ‘그래도 공단 덕분에 그동안 (다른 지역보다) 호강했다’며 현재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는 당국을 비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다수 개성주민들은 공단이 가동했던 지난 시기를 ‘황금의 10년’이라 평가한다”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상태에서 전쟁 터지면 아마 개성시민 80~90%가 (한국 편으로) 돌아설 것’란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