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접촉, ‘장소’ 놓고 신경전..이유는

남북이 21일 `개성접촉’에 앞서 장소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임에 따라 정식 접촉이 지연되고 있다.

접촉장소 문제는 일견 별것 아닌 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양측의 자존심, 접촉의 성격 규정 등이 걸린 민감한 문제다.

현재 정부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관리위) 사무실을, 북측은 자신들 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 사무실을 각각 접촉장소로 주장하고 있다.

관리위는 북한 영토 안에 설치된 북한 법인이긴 하나 문무홍 위원장을 비롯한 남측 인사들이 상주하고 있는 남측 기관이며, 총국은 공단 질서 유지, 근로자공급 등을 맡는 북측 기관이다.

장소를 둘러싼 갈등에는 우선 이번 접촉의 성격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16일 접촉을 제의한 북측은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중대한 문제를 통보하겠다’며 우리 당국자들을 초청한데서 보듯 이번 접촉을 회담 성격이 아닌 입장 통보의 장으로 여기는 듯 하다.

자기 기관에 남측 당국자들을 불러 놓고 할말만 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속내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정부로서는 `일방적인 통보만 들으려고 개성에 당국자를 파견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기에 정식 회의실에서 최소한의 모양새는 갖춰서 하자는 입장이다.

현지에 억류된채 조사받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와 다른 공단 관련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 아래 북측의 접촉 제의에 응했으며, 사실상 회담을 한다는 심정으로 관련 준비도 철저히 진행했던 것이다.

우리 대표단이 이날 연락관 접촉에서 북측이 답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 계속해서 접촉 참석자의 명단을 요구하고 의제를 사전 조율하자고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통일부 당국자들로선 현 정부 출범 후 통일부 주도로 처음 열리는 남북 당국자 회동인 이번 접촉이 갖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북측 기관에서 그쪽 설명만 듣고 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기술적인 문제도 자리한다. 우리 대표단으로선 작년 말 통일부 기관이었던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가 폐쇄되면서 내밀한 통화를 할 수 있는 서울과의 교신 통로가 마땅치 않아 기본적으로 북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다.

그런 터에 접촉 장소마저 북한의 `홈 그라운드’로 양보할 경우 이번 접촉의 `샅바싸움’에서 밀리는 양상이 될 수 있음을 대표단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