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관광, ‘평양관광 전초기지’ 의미있다

개성 시범관광을 다녀왔다.

지난 1월 한국관광공사에서 발주한 ‘개성관광종합개발계획’을 연구책임자로서 7개월간 연구한 필자는 개성관광의 시행으로 학문적 차원에서 진행한 연구가 현실화된다는 측면에서 감개가 무량하였다.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박연폭포를 제외하고는 이미 네 차례나 개성현지를 방문한 바 있는 필자로서는 일반 관광객들의 설렘보다는 개성관광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한 모의실험(simulation)이 계획대로 추진되는지가 관심이었다.

개성관광은 금강산과 다르다

개성 시범관광은 당초 예상대로 성공을 거두었다. 9월 7일 마지막 3회차 관광이 완료되어 1500명의 관광객이 개성을 방문하였다.

우선 개성관광은 몇 가지 점에서 금강산 관광과 차별화가 되었다. 금강산 관광은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측면에서 단순 경치관광에 그쳤다. 그러나 개성관광은 40만명의 개성시민이 거주하고 있는 시내를 관광객이 통과하고 체류하는 등 주민들의 생활을 그대로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개성관광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를 청소하고 베란다에 화분을 놓는 등 나름대로 단장에 애를 썼으나 궁핍함과 초라함을 엿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군인과 안전원의 감시를 피해 골목길 건물 뒤 모퉁이와 창문을 통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남측 관광객을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에게는 문화 충격(Culture Shock)이었을 것이다.

다음은 관광객의 관광 목적이 차이가 있었다. 금강산은 단순 북녘 땅을 밟아보는 수준에서 관광이 이루어졌지만 개성관광은 개성 및 인근 황해도 실향민이 절반 이상 참여함으로써 ‘고향방문’ 사업이었다.

60년 전 선죽교에서 찍은 사진을 가지고 와서 대조하는 노신사로부터 초등학교 재학시절 하교 후에는 으레 정몽주의 사당인 숭양서원 마당에서 고무줄과 공기놀이를 하였다는 초로의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55년만에 개성 고향땅을 디딘 갖가지 사연은 이산의 아픔을 절감하기에 충분하였다.

어머니와 동생들을 남겨두고 서울로 피난 나왔다는 할아버지는 고려민속박물관 마당에서 북측의 허가를 받아 간단하게 차례를 지내며 통곡하는 광경은 눈물 없이는 보기 어려웠다. 북측 현지관광이 정부가 의례적으로 추진하는 이산가족상봉 사업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역사관광에 ‘평화관광’ 의미 있다

개성관광은 종합관광지로서 다양한 여건을 구비하고 있다.

우선 개성은 역사관광지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다. 개성은 500년 고려 도읍지로서 공민왕릉, 왕건릉, 박연폭포 및 만월대 등 수많은 역사문화 유적이 산재해 있고 고려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 특히 1952년 10월 북측으로 완전히 넘어가 ‘신해방지구’가 되기 전까지 개성은 38도선 이남에 위치한 남측 지역이었다. 이에 따라 평양 등 여타 지역과 달리 미군의 폭격을 덜 받은 관계로 과거의 유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역사관광지로서 손색이 없었다.

둘째, 개성은 평화관광의 의미가 있다.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하자마자 5분여 만에 도착한 개성은 서울 광화문에서 75km 지점에 위치한 북한의 최남단 지역이다. 휴전이 임박한 1953년 남북은 한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하여 개성이남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를 전개하였다. 이제 개성지역은 역사적 상처를 다독거리며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화시키는 최일선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셋째, 개성은 개성공업지구를 통해 산업관광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지역이다. 시범단지 2만 8천평에 13개 업체에 북한 근로자 4천여명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것은 개성공단이 통일경제의 실험장으로 반듯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넷째, 개성은 평양 등 북한 전역으로 관광을 확대시키는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향후 숙박관광이 시작되면 해주, 구월산 및 사리원 등 황해도 지역으로 관광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해주가 고향이라는 고령의 할아버지는 개성에서 두시간 반에 기차로 도착하곤 했다고 과거를 회상하며 해주 고향방문이 언제 가능한지 필자에게 문의하였다. 개성에서 평양까지는 160km 로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만큼 개성과 평양을 연계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평양관광으로 가는 전초기지

물론 개성관광을 초기부터 수익성을 확보하는 성공적인 대북사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여건조성이 필요하다.

우선 현재 하루 최대 500명의 관광객 인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숙박관광이 불가피하다. 현재 개성 및 황해도 실향민 10만여명 이상이 개성관광에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숙박관광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숙박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 고려민속여관과 자남산 여관을 완전히 가동해도 200여명 이상이 투숙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첨단 관광시설인 가칭 ‘평화관광센터’를 개성공업지구내에 건설하여 숙박관광을 준비하여야 한다. 금강산 관광에서 제기된 통관 및 출입절차의 번잡성이 개성관광에서도 재연되고 있는데, 조기에 개선되어야 한다.

개성과 금강산이 북한의 최남단 지역에 대한 관광이라면 백두산은 최북단 지역에 대한 관광이다. 북한 전역으로 관광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2003년 평양관광이 ‘평화자동차’에 의해 10여차례 시행되었지만 민족 성지라는 이유로 평양관광이 중단되고 있다.

북측 입장에서 혁명의 수도인 평양에 잘사는 남측 관광객이 먹고 마시고 즐기려 오는 것을 달가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양관광 역시 조기에 재개되어야 한다. 관광 명목이 자신의 체제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여타 사업 명목으로 평양에 대한 방문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관광은 분단을 현장에서 극복하고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전초기지 사업이다.

남북경협, 투명사업 관행 정착돼야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이 김윤규 회장의 퇴진을 문제삼아 정상궤도에 들어선 금강산 관광의 관광객 인원이 축소하는 등 강경 입장으로 돌변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10월 초까지 백두산 시범관광이 있을 예정이었으나 현재 백두산 시범관광을 위한 답사조차 북측의 거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하다.

북측의 요구대로 아스팔트용 피칫 8천여톤을 보낸 지 2달 이상이 지났다. 사업 개시 7년만에 최초로 분익손기점을 넘어 흑자를 기대하던 금강산 관광사업은 연중 최성수기 관광인원 축소로 하루 1억원씩 10억원 이상의 매출손실을 입고 있다. 김윤규 부회장의 퇴진은 현대그룹 내부의 인사 문제로서 자본주의 기업 관행에 따라 진행된 사안으로 북측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남북경협도 예측가능하고 미래가 투명한 사업의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 상이한 체제가 존속하는 현실에서

통일로 가는 지름길은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특정기업의 사안이 아닌 남북관계의 공공사업이다. 북측이 자신들의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 공공사업을 중단시키는 행위는 불합리하다. 북측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관광 인원 축소는 북한의 수입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조속한 관광 사업의 정상화를 이행하여야 대북 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