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즉각 핵폐기’ 한 목소리 내나?

▲ 3차 6자회담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중인 한미일 3국 <출처:연합>

한∙미∙일 3국은 26일부터 개최되는 4차 6자회담에서 북한에 ‘명백하고 공식적인 핵폐기 선언’을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져 사실 여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25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핵 동결 후 폐기라는 3차 회담까지의 방법은 더 이상 의미 없다는 데 3국 의견이 같다”며 “북한은 이번에 무조건 핵 계획을 폐기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공식 발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투명하고 철저한 핵 폐기 원칙에서는 미∙일과 입장을 같이하면서도, 이행 방법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先 핵포기를 주장하는 미국과 동결대 보상을 주장하는 북한 사이에서 중재 역할에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보도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그와 같은 사실(보도 내용)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짧게 언급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결단을 끌어내기 위한 빅딜(폐기와 보상)의 일환으로 3국이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 포기 결단 촉구 위해 3국 공동제안 마련

니혼게이자이(一本經濟)신문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미∙일 3국이 북한에 대북 안전보장과 전력지원, 국교 정상화를 공동으로 제안할 방침이라고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공동제안을 북한에 미리 전달함으로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핵 폐기 결단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은 문서화된 안전보장, 한국은 전력지원, 일본은 미사일과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면 국교 정상화에 정치적 합의를 이뤄내자는 것이다. 핵 폐기를 위해 분명한 당근을 제시하면서도, 이를 거부할 경우 핵 폐기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이 신문은 25일 외교소식통을 인용, 26일부터 시작되는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미사일. 인권문제의 해결이라는 최종 공통목표를 명기한 합의문서를 채택하고 휴회한 뒤 오는 9월 북핵 사찰 전문가가 참여하는 회담을 다시 열어 핵 폐기의 구체 수순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1단계 핵 포기와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 2단계로 사찰단이 참여하는 구체적인 핵 폐기 이행방도에 대한 합의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지난 3차 회담에서 제기한 핵 폐기 약속과 이행방안 합의를 간극을 두고 2단계로 분리한 제안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보도가 한국 정부의 원칙적인 ‘핵 폐기 입장’을 확대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핵 폐기 원칙은 이미 수차례 반복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북, 군축으로 맞불 가능성

그러나, 이번 4차회담에서 한∙미∙일 3국이 북한의 ‘즉각적인 핵 폐기 결단’을 한 목소리로 촉구할 경우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한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보조를 맞춰 의제를 선점(先占)하면서 북한의 회담 전략을 차단한 셈이기 때문이다. 1단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안보리 회부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미∙일 3국의 일치된 목소리로 ‘핵 폐기 약속’을 요구할 경우 북한은 군축회담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있다. 불리한 회담은 애초에 거부하고 더 큰 요구를 제시해 상대방의 주장을 꺾어 놓으려는 계산에서다. 만약, 회담 참가국들이 군축회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국과 정치적 타결을 요구하면서 회담 지연 전략에 매달릴 수도 있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4일 한국측 수석 대표 송민순 차관보와 사전 협의를 갖은 자리에서 군축회담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송민순 차관보는 24일 북한과 사전 양자협의를 마치고 “한반도 비핵화의 문제를 실현하기 위한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입장은 북핵 폐기와 조선(한)반도 비핵화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