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정원장 후보 고강도 사전검증

청와대가 후임 국정원장 인선을 앞두고 과거 어느 공직인선 때보다도 세밀하고 엄격한 사전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청와대는 권진호(權鎭鎬)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사실을 지난주 발표키로 했다가 방침을 바꿔 발표 시점을 늦춘데 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올릴 국정원장 후보도 단수가 아니라 3배수를 추천키로 했다.

이는 사실상 내정된 상태이던 권 보좌관에 대해 보다 철저한 사전검증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청와대 내부에서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권진호 카드의 재검토로 봐서는 안된다”고 언급,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국정원장 인선 프로세스가 이처럼 바뀌게 된 이유는 올들어 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를 시작으로 잇따른 고위공직자 인선 파동을 계기로 불거진 청와대 인사사전검증 시스템 논란에 대한 지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유력한 국정원장 후보가 청와대 인사추천회의를 구성하는 멤버들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청와대 인사라는 점도 사전 검증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게 청와대 관계자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 보좌관에게 어떤 하자가 발견됐기 때문이 아니라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공직인만큼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같이 근무하고 있고, 잘 아는 분이라고 해서 그냥 후딱 넘길 수 없지 않느냐”며 “가까운 사람이라도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이헌재 부총리도 십수년전의 일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는 노 대통령의 국정원 운영 구상의 변화와 맞물려 ’권진호 카드’ 자체의 변경이 검토되는 단계는 결코 아니라는게 청와대 핵심부의 기류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배수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같은 비중으로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며 “A후보가 안된다고 판단되면, B후보로 가야하고, B후보도 문제가 있다면 대안으로 검토해야 할 C후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권 보좌관과 함께 3배수 후보군에 들어있는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장관도 권 보좌관 흠결 발견시 하나의 대안 카드로 올라있는 것이며, ’권진호냐, 정세현이냐, 아니면 제3의 후보냐’라는 차원에서 검토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민정수석실은 지난주부터 유력후보인 권 보좌관의 정보사령관, 국정원 1차장 등 과거 재직시절 직무와 주변에 대한 강도높은 검증.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고, 아직까지는 특별한 흠결을 잡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후보 사전 검증 절차를 거쳐 가급적 오는 11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노 대통령의 출국전 국정원장 내정자를 발표할 방침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