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학·군관학교 졸업생 인사권 쥔 軍 간부부, ‘숙제 돈’ 요구

경제건설 강조한 당정책 앞세워 뒷돈 챙기기…돈·배경 없는 졸업생들 "운명에 맡겨야" 자포자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월 4일 인민군 군인 건설자들이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 사업을 일정 내에 수행해야 한다는 각오로 작업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군 장교 양성기관인 군사대학과 군관학교가 가을 졸업 시즌을 맞은 가운데 북한군이 졸업생인 초급 장교들을 각급 부대에 신설된 전문 건설부대 지휘관으로 대거 배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초 열린 8차 당(黨)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문 건설 구분대 편제 확대를 통해 당의 사회주의 경제건설 집중 노선을 뒷받침할 것을 주문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6일 데일리NK 함경북도 군 소식통에 따르면, 9군단 지휘부 간부부 조동(배치)과에서는 지난 2일 올가을 군사대학, 군관학교 졸업생들을 군단에 신설된 건설 전문 부대의 지휘관으로 배치하는 ‘2021년 졸업생 간부사업 배치 방안’을 수립했다.

소식통은 “8차 당대회에서 인민군대 앞에 나선 과업 중 하나가 당의 경제건설 노선 관철을 위한 전문 건설부대를 새로 편제화하는 것”이라며 “이에 9군단 당위원회는 이번 가을 졸업생들을 부족한 건설부대 지휘관들로 배치할 것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군사대학·군관학교 졸업생들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9군단 간부부는 실제 졸업생들을 군단 내 신설된 전문 건설부대에 지휘관으로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내걸고 있는 한편, 이를 회피하면서 특정 부대 지휘관으로 배치되기를 원하는 졸업생들에게는 이른바 ‘숙제 돈’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지휘관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앞에서는 당정책을 내세우면서 뒤에서는 이를 돈을 벌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군 간부사업 규정에 따라 군사대학이나 군관학교 졸업생들은 부대 배치 전에 통상 10~15일간 휴가를 받는데, 실제 9군단 간부부는 휴가 나가는 미배치 졸업생들에게 “각자 되는대로 알아서 하라”면서도 100~500달러를 기본적으로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딸라(달러) 액수에 따라 원하는 부대나 자리에 배치받을 수 있고, 원하는 직무에 자리가 날 때까지 미배치로 편히 지낼 수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8군단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평안북도 군 소식통 역시 “8군단 간부부가 군단 미배치 졸업생들의 휴가 출장명령서 발급을 위한 개별담화를 진행하면서 1인당 6장(600달러) 정도면 원하는 곳에 배치 가능하다며 숙제 돈을 암시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런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숙제 돈 액수가 이전 두 해보다 훨씬 올랐다”며 “현재 8군단 간부부에 미배치 졸업생들이 무더기로 들어와 강습소, 외래자 침실이 차고 넘치고 있는데 숙제 돈 때문에 휴가를 안 가려는 졸업생들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내부에서는 졸업생 인사권을 손에 쥐고 있는 군단 간부부가 당정책을 악용해 돈을 벌어들이려는 고질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돈 있고 배경도 좋은 졸업생들은 인사권을 가진 군단 간부부에 돈을 바쳐서라도 군 생활이 힘들고 전망도 어두운 전문 건설부대 배치만큼은 피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돈도 배경도 인맥도 없는 졸업생들은 ‘운명에 맡기자’라면서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