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韓中 대북정책 수정요구 커져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하고 6자회담 불참의사를 통보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대북 강경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美 하원 국제관계위원회가 10일(현지시간) 개최한 6자회담 주제의 한반도 청문회에서 톰 랜토스(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한국과 중국은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지 않으면 6자회담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대북 경제지원을 (북핵)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도 한미동맹 정신에 기초해 미국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며 “한국도 북한을 덮어놓고 감싸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해 한국의 대북 정책이 지나치게 유화적임을 비판했다.

랜토스 의원은 지난 1월 8∼11일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 민주당 간사이다.

이에 앞서 청문회 모두(冒頭) 발언에서 헨리 하이드(공화∙일리노이) 美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의 북핵 대응이 주변국에 큰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에서 나오는 안보문제에 대한 혼란스러운 신호는 우리가 북한과 직면하고 있는 도전을 더 어려운 것으로 만들 뿐”이라면서 “한국은 누가 적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이드 의원은 이어 “미국과 한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단결해야 하며 양국 간 오해는 북한에 이용당할 것”이라면서 한국과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재고를 촉구했다.

데니스 해스터트 美 하원의장은 8일 오후 김원기 국회의장을 비롯한 방미단을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에서 북한의 인권문제가 함께 거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대북 인권문제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핵과 인권문제 어느것 하나 당사자로서 나서기보다는 중재자를 자처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美 의회 안팎에서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했음에도 대북 경제협력 사업이나 비료지원을 계속 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하자 미국의 일부 의원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美 <헤리티지재단> 한반도 담당 발비나 황 연구원은 9일 美 행정부 내외의 한반도 관계자들에게 발송한 보고서(memorandum)에서 3월 6자회담 개최를 촉구하고 이를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5개 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헤리티지재단>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진영의 싱크탱크로 美 의회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큰 단체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따르는 美 의회의 강경 목소리에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 정가에 한국 정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된 결과로 볼 수 있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서 한-미 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차이를 크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보였다.

김태효(金泰孝) 성균관대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적인 외교 원칙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합의하고 있지만 세밀한 부분에서는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는 돌발변수가 나오면 미국 내 강경입장이 득세해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재고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 정계에서는 한국의 정치지형이 빠르게 변하면서 한-미 공조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정도로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면서 “미국은 앞으로 한국과 동맹을 꾸려가는 데 있어서 많은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핵 문제에 관련해서는 한-미 동맹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이견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며 “미국 내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목소리가 정책화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미국은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북핵 문제에 대응하기 때문에 한반도 관점에서 접근하는 한국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새로운 한-미 동맹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