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 정권의 ‘건강상태’ 진지한 평가 필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어떻든 북한 정권의 ‘건강상태’에 대한 진지한 평가를 지금 시작해야 하며,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빨리 관계 정상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오공단 비상임 선임 연구원과 미국 국제정책센터(CIP) 아시아프로그램 책임자인 셀리그 해리슨은 30일 각각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오공단 선임 연구원은 김정일 부자가 60년에 걸쳐 자초한 고립, 경제적 파탄 및 정치적 압제 이후 북한 사회는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병든 상태라며 북한 정권의 건강상태에 대해 지금 진지한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선임 연구원은 또 북한으로부터 지난 20년간 개발해온 핵물질을 제거하거나 자세한 자료를 받는 것은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발생 가능한 정권의 붕괴에 대비하는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차기 미국 대통령은 ▲후계문제 ▲핵문제 ▲정권변화가 북한 국내 질서에 미칠 영향 ▲북한 정권변화가 동북아의 미묘한 정세에 미칠 영향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연구권은 특히 김정일 사망 뉴스가 나올 경우 북한 국민들 내 광범위한 사회 동요가 일어날 듯 하지만 혁명이나 대규모 시위보다는 더 나은 경제적 여건을 추구하는 들뜬 움직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김정일이 퇴장한 뒤 북한 주민들은 진지하게 통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미국인들은 한국이 허약하고 분단된 상태로 남기를 바란다는 근거없는 이야기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북한을 10차례 방문한 해리슨도 최근 평양 측이 협상 태도를 보인 것은 자칫 협상 붕괴가 차기 미 행정부의 비핵화나 관계 정상화 추진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는 강경파인 군부의 동의가 있었을 것으로 설명했다.

해리슨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방북 중 국빈 방문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은 군부의 입김이 강화됐음을 시사하며, 협상 지속을 원하는 김정일 측근이나 외교쪽의 온건파들이 군부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플루토늄 혹은 우라늄 시설 은폐 의혹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실효성있는 사찰을 위해서는 미국이 가능한 한 빨리 대북 관계 정상화쪽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관계 정상화가 비핵화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리슨은 “부시행정부는 대북 협상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핵폐기’를 내세웠지만 (6자 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은 내게 우리의 슬로건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관계 정상화’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연합